살롱화로 출발한 국내 구두업체 ㈜탠디가 약진하고 있다. 롯데 · 현대 · 신세계 등 백화점 '빅3'에서 구두 매출 1위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올 1~9월 매출이 역대 최대인 13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3% 늘었다.

1979년 정기수 사장이 '탠디(Tandy)' 브랜드를 인수해 명동 1호점을 내면서 출발한 탠디는 백화점 브랜드 '탠디'와 아울렛 브랜드 '미셸''멜빈'을 운영하고 있다. 작년 초만 해도 롯데 · 신세계백화점에선 금강제화가 압도적인 1위였지만 탠디가 점차 격차를 줄인 끝에 올 상반기엔 1위로 올라섰다. 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1~10월 누적 매출을 보면 탠디가 금강제화보다 70% 이상 높다.

금강제화 · 에스콰이아 등 전통 구두업체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유독 탠디가 호조를 보이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다양한 상품구성과 맞춤 서비스,무상 AS 등 소비자 위주의 발빠른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는 제품을 전량 국내 생산하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탠디는 기존 브랜드들의 단점인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에서 탈피,최신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한 것이 최대 강점이다. 과감한 컬러와 장식의 구두를 선보여 20~30대 소비자들을 끌어들였다.

이종현 신세계 구두바이어는 "현재 국내 구두 브랜드 중 탠디가 가장 많은 종류의 스타일을 내놓고 있다"며 "특히 개성과 유행을 모두 중시하는 20~30대 젊은층에게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맞춤 서비스도 또 하나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탠디는 사이즈는 물론 굽 · 소재 · 장식 등을 소비자 취향에 따라 맞춤 제작해 준다.

탠디는 '무상AS구두'로도 정평이 나있다. 구입기간에 관계없이 구두를 무료 수선해주는 사후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도입,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높다. 무상AS에 한 해 들어가는 비용만 17억여원에 달한다. 이상규 현대백화점 구두 바이어는 "브랜드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소비자들도 안내직원에게 무상으로 굽을 갈아주는 구두매장이 어디냐고 물을 정도"라며 "이 같은 고객 중심 서비스가 탠디의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탠디가 2007년 8월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시작한 '메가숍' 전략도 바로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예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공간에서 일반 구두뿐 아니라 프리미엄 라인인 '블랙라벨' 제품까지 다양하게 선보여 폭넓은 고객층을 수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매장이 넓어진 만큼 매출도 비례해 늘면서 메가숍은 현재 롯데백화점 19개 점포로 확대됐다. 이곳에서 단독으로 선보이는 '블랙라벨' 라인은 탠디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는 게 롯데 측 설명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