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유명한 생선가게를 만들자고? 우리가… 어떻게?"

미국 시애틀 어시장 모퉁이의 34평짜리 생선가게.누군가 크큭 웃었다. 그것은 황당하기까지 한 꿈이었다. 처음에는 냉소적이던 직원들이 토론 과정에서 하나둘 입을 열기 시작했다. 찬반 양론이 갈리며 논쟁이 치열해졌고 마침내 그들은 뜨거워졌다.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의 실질 경영자인 존 요코하마는 전혀 뜻밖의 장면에 놀랐다. 직원들이 이렇게 성의를 보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말은 하지 않았어도 모두들 가슴 속에 성공의 열망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이들은 시장에서 가장 잘 나가는 가게가 됐고 지금은 미국에서 단위면적당 가장 높은 수익을 내는 소매점으로 거듭났으며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됐다. 전 세계의 경영자들도 이곳을 찾아 성공 노하우를 배워간다.

이들이 바로 1000만부나 팔린 베스트셀러 《펄떡이는 물고기처럼》의 주인공이다. 그 주역인 요코하마와 핵심 컨설턴트인 조셉 미첼리가 파산 직전의 생선가게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기까지의 눈물겨운 과정을 신간 《HOW? 물고기 날다》에서 생생하게 털어놨다.

성공 비결의 첫번째 덕목은 '비전'이다. "가슴 뛰는 비전이 있는가? 내가 꿈꾸는 목적지까지 함께 가는 동반자가 있는가?" 비틀스의 조지 해리슨이 "미래는 리더가 행동하는 만큼 열린다"고 말했듯이 이들은 단순히 생선을 팔아 수익을 남기기보다 세계적인 명성의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을 만들자는 비전을 공유하며 삶의 보람과 가치 창출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로 세계적인 명성의 어시장을 만들려면 직원들에게 가슴 뛰는 비전부터 심어줘야 했다. 조직의 비전이 구성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공허한 슬로건으로 끝난다. '비전은 듣는 순간 3초 이내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주먹이 불끈 쥐어지며 입술이 깨물어지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의미심장하게 다가와야 한다. 이런 비전이야말로 회사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비전(飛展)'이다. '

사람들은 비전에 담겨진 숫자가 아니라 숫자에 담겨진 의미에 감동받는다고 한다. 예컨대 '2015년 매출 15조 달성'이라는 비전을 듣는 순간 '야근해야 되겠네,피곤하네.휴일에도 출근해야 되나' 등의 자조 섞인 말을 하게 되면 금방 가슴이 답답해지는 '비전(非典)'이나 마음이 슬퍼지는 '비전(悲典)'으로 격하된다. 그것이 나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고,스스로 몰입하게 돼야 진짜 비전인 것이다. 그야말로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 새겨야 하고 혼자 꾸는 헛된 꿈이 아니라 함께 꾸는 가능성의 꿈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것이 바로 '펄떡이는 물고기' 수준을 넘어 '하늘을 나는 물고기'로 변신한 파이크 플레이스 인간 승리의 핵심 요소다. 이들이 작은 가게나 중소기업,대기업의 독립법인 사장과 팀장들에게 가르쳐주는 경영의 본질 또한 명쾌하다. 변화와 혁신,도전과 용기로 '비전의 지렛대'를 받쳐올릴 때 세상의 모든 물고기들이 '펄떡이는' 단계를 넘어 '하늘을 나는' 차원까지 뛰어오른다는 것이다. 잊지 말라."생선은 머리부터 상한다"는 말처럼 비전이 없는 조직은 썩은 생선과 다름없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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