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은행인 HSBC가 신흥국가들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이머징마켓지수(EMI)를 만들어 발표했다.

스티븐 그린 HSBC그룹 회장이 지난 6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서 EMI를 발표한 데 이어 7일 매튜 디킨 한국 HSBC 행장(사진)이 서울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EMI 홍보에 나섰다.

디킨 행장은"세계 경제의 중심이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시장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각국 정부 및 중앙은행,글로벌 기업들이 신흥시장 경제 상황에 대한 척도로 쓸 수 있는 EMI를 만들게 됐다"며 "앞으로 매분기 EMI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SBC는 최근 마이클 게이건 그룹 최고경영자(CEO)의 사무실을 영국 런던에서 홍콩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하는 등 신흥시장에 대한 공략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HSBC는 3분기 EMI지수가 55.3으로 2분기의 50.7보다 급등해 경기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지수가 50 미만이면 경기 수축을,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의미한다. EMI지수는 지난해 4분기에 43.8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뒤 올해 1분기에는 44.3이었으며 2분기에 50선을 회복했다.

조경래 HSBC증권 한국 총괄 대표는 "현재 HSBC 수익의 절반이 신흥시장에서 나오고 있으며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신흥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한다"며 "이머징 마켓에서 HSBC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고객들에게 해당 시장에 대한 바로미터를 제공할 목적으로 EMI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HSBC는 이날 아시아(일본 제외) 지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6.9%에서 7.6%로 상향 조정했다. 디킨 행장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은 -0.4%로 예상되나 내년에는 4.6%,2011년에는 4.9%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디킨 행장은 매물로 나온 푸르덴셜증권 인수 시도설을 부인했다. 그는 "HSBC가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그동안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수를 한 은행 중 하나이고 매도자로서는 HSBC가 인수 후보로 거론되면 가격을 높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며 "현재는 한국에서 금융사를 인수 · 합병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또 외환은행 인수 의향을 묻는 질문에 "과거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했다가 성사가 안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세상은 바뀌게 마련이지만 현재로서는 어떤 은행도 인수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HSBC는 2007년 외환은행 지분 51.02%를 60억1800만달러(약 6조원)에 인수하기로 론스타와 계약을 맺었으나 가격 재협상 과정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지난해 9월 인수 계약을 파기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MI · PMI 지수=EMI는 한국 중국 인도 대만 브라질 러시아 등 13개 신흥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를 기초로 제작된다. PMI는 기업 구매담당 임원에게 생산활동,신규 주문,고용 및 가격 등을 조사해 산출하는 경기 선행지수다. EMI와 PMI는 실제로 기업이 얼마만큼의 신규 주문을 했는지,수출 주문을 얼마나 냈는지 등이 반영되기 때문에 경기 전망 예상치에 의존하는 기존의 경기 선행지수보다 신뢰도가 높다고 HSBC 측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