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총리는 올해 시즌 성적이 부진했던 이 선수에게 "일본시리즈에서 잘 뛰라"며 격려했다고 한다. 일본 총리 부부가 외국 프로야구 선수를 만나 식사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하토야마 총리 부부가 한국의 '스타'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토야마 총리는 총리 취임 이틀 전인 지난달 14일 탤런트 이서진을 부인과 함께 면담했다. 정조의 일대기를 그린 역사드라마 '이산'의 홍보를 위해 방일한 이서진을 만나 하토야마 총리는 "나도 정조처럼 개혁 정치를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인 미유키 여사는 한국 드라마와 음식에 푹 빠진 '한류(韓流) 열성 팬'이다. 지난달 말 도쿄돔에서 열린 '한국 방문의 해' 행사엔 한류 스타 배용준을 만나기 위해 직접 참석했다.
이쯤 되면 하토야마 부부의 '한국 사랑'은 역대 최고 수준이라 할 만하다. 정치적 계산이나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은 채 한국 스타를 거리낌 없이 만나고 한국 음식을 즐기는 하토야마 부부를 보면 '정말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들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모처럼 '친한파' 일본 총리를 만난 우리로선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지뢰처럼 깔린 역사교과서 왜곡, 독도 영유권 시비, 종군위안부 문제 등이 이번 정권에서 뿌리 뽑혔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이런 문제야 말로 한류와 일류(日流) 물결을 타고 가까워지던 두 나라 관계를 어느날 갑자기 제자리로 돌려 놓는 복병들이다. 정치적 현안 해결 없이는 민간 차원에서 아무리 친해져도 공염불이란 사실은 한두 번 확인한 게 아니다.
물론 총리 부부의 개인적 기호가 일본의 외교정책을 뒤집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마음이 움직이면 행동도 바뀔 수 있다. 하토야마 총리는 오는 9일 한국을 공식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과 한 · 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일찍부터 아시아 중시 외교를 강조했던 그다. 하토야마 총리의 방한이 유독 기대된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