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 1700선 회복을 주도했던 블루칩들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외국인이 정보기술(IT) 자동차 철강 등 수출 관련주를 집중적으로 매도하면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기관과 개인이 매물을 소화하기에 역부족이어서 지수 1600선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원 · 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자 수출주의 실적 악화를 우려한 외국인이 기존 주도주에 대해 당분간 차익을 실현하는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금리 인상에 대비해 은행주와 보험주,실적 대비 낙폭이 큰 건설주 등 대안 업종에 주목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 7개월 만에 최장 순매도


5일 코스피지수는 37.73포인트(2.29%) 급락한 1606.90으로 마감해 1개월 전 수준으로 후퇴했다. 뉴욕증시가 고용지표 불안 등의 여파로 최근 4일 연속 하락하면서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나빠진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외국인은 3402억원 순매도하며 7일째 매도 우위를 지속했다. 개인이 3400억원 이상 순매수하며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떨어진 환율에 부담을 느낀 외국인은 특히 IT 자동차 등 주요 수출주들을 집중적으로 팔며 차익을 실현했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2500억원가량 순매도한 것을 비롯해 LG전자 하이닉스 현대모비스 등을 대거 순매도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5.68% 급락해 75만원 선 아래로 추락했다.

이날 순매도로 외국인은 지난달 24일부터 7일간 1조790억원어치의 주식을 처분했다. 지난 2월10일부터 17일 연속 순매도한 이후 최장 기간 '팔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간 수익을 많이 낸 IT 자동차 업종 위주로 차익을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세 전환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의견이 많지만 예상 외로 매도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원 · 달러 환율이 외국인 매도 전환의 변곡점이 되는 1150원 근처까지 밀려나는 등 외국인의 매수세를 이끌어낼 만한 요인들이 사라져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의 고용지표가 둔화되는 등 재정정책 효과가 사라진 후 경기 회복의 연속성이 의문시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현상이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류 연구원은 "그동안 3~4일 짧게 쉬는 경우는 있었지만 지금은 기간뿐 아니라 매도금액도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호성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상무는 "그간 한국 증시 전반에 대해 매수 기조를 보였던 외국인이 업종과 종목을 선별해서 접근하는 등 시각이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포트폴리오 재편할 때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수출 관련주를 당분간 매도할 가능성이 큰 만큼 내수주와 배당주 위주로 보유 종목을 교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4분기 시장이 '전약 후강'으로 전개될 공산이 커 일부 차익을 실현, 현금을 보유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재고순환지표가 2개월 연속 하락했고 기업이익 개선 속도도 둔화되는 등 실물 측면의 신호가 부정적으로 바뀐 데다 외국인까지 매도로 돌아서 시장이 단기 고점을 통과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 팀장은 "점진적으로 주식 비중을 줄이면서 금리 인상 시 수혜가 가능한 은행 보험 등 금융주와 저가 매력이 있는 건설주,배당수익률이 기대되는 통신주 등의 비중을 높이는 종목 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 발표가 집중될 이달 중 · 하순까지는 관망심리가 형성되면서 호재보다는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며 "다만 IT와 자동차 업종의 실적이 기대를 충족시킨다면 시장은 다시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황 연구원은 "따라서 4분기 시장은 '선 조정,후 반등'이 예상되므로 조정기에 일부 현금을 확보한 후 4분기 또는 내년 1분기 실적개선주를 중심으로 미리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두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박해영/강지연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