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의 기술
시장조사업체인 엠브레인 EZ서베이가 직장인 5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71.6%는 지각,결근,조퇴 등을 할 때 그럴듯한 핑계를 대거나 변명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7명은 핑계나 변명을 내세워 어려운 상황을 모면한 셈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럴듯한 핑계라도 상사를 멋지게 속이지는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핑계나 변명을 했을 때 상사가 믿어줬나'라는 질문에 대해 23.7%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반면 '핑계인줄 알면서도 상사가 속아줬다'고 답한 사람이 전체의 71.5%에 달했다. 적당한 핑계에 대해 알고도 속아 넘어가 주는 '너그러움'을 가진 상사가 많다는 얘기다. '핑계 대지 말라고 되레 혼쭐이 났다'는 응답은 3.6%에 불과했다.
핑계를 가장 많이 댔던 경우는 '지각했을 때'가 42.2%로 가장 많았다. 회식에 불참할 때 핑곗거리를 댄다는 사람도 17.7%를 차지했다. 이어서 △결근,업무미진 각각 13.6% △조퇴 10.3% △업무미팅 불참 2.3% 순이었다.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핑곗거리는 '본인이 갑자기 아파서'(34.4%)였다. "아파서 지각했다"거나 "아파서 결근해야겠다","아파서 회식에 못가겠다"는 등의 핑계가 가장 잘 통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부인이나 남편,아이들이 아프다는 핑계를 댄다'는 사람도 25.7%로 뒤를 이었다. '반드시 가야 할 가족 모임이 있다'와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핑계도 각각 11.3%와 7.5%를 차지했다. 핑곗거리로는 역시 가족이 '최고'인 셈이다. '친척이 돌아가셨다'(2.1%)거나 '친구 부모가 돌아가셨다'(1.8%)는 상사(喪事) 핑계는 의외로 적었다.
이처럼 핑계를 댔을 때 기분은 어떨까. 38.0%는 '다소 찜찜했지만 금세 잊어먹었다'고 응답했다. '적당한 핑계나 변명은 필요악이라고 생각했다'는 응답도 30.6%에 달했다. 사소한 상황에서 적당한 핑계는 필요하다는 사람이 그만큼 많은 셈이다. '찜찜해서 다음부터는 솔직히 얘기하겠다고 마음먹었다'는 사람은 27.2%에 그쳤다. 그렇지만 업무가 부진하다고 질책받을 때 구구한 핑계를 댄다는 사람은 10.3%로 적었다. '다음부터는 잘하겠다고 맹세한다'는 사람이 58.6%로 가장 많았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