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컨테이너 선사인 프랑스 CMA CGM이 채무 불이행(모라토리엄) 위기에 몰리면서 이 회사에 선박금융을 제공한 한국수출입은행과 선박 건조를 수주한 국내 조선업체들로 파장이 번지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이 CMA CGM으로부터 수주한 선박은 총 43척인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CMA CGM은 29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정부 관계자,채권은행 등과 모임을 갖고 정부에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은행들에는 채무 불이행 선언 및 신규 선박 발주 물량 취소 방안 등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CMA CGM은 채무구조 조정을 위해 은행위원회를 구성한 뒤 수출입은행을 포함한 채권자들에 상당한 양보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CMA CGM의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 회사로부터 총 43척의 선박을 수주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업체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규모 선박 발주 취소가 이뤄지면 선박대금을 받지 못해 국내 조선업체들이 악영향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조선 · 해운업계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은 그러나 무더기 발주 취소나 대금 미지급 등의 상황은 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이 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설령 채무 불이행 상황이 오더라도 이미 전체 선박대금 중 선수금과 중도금을 받아놨기 때문에 일부 잔금 회수에 문제가 있는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여파로 조선 관련주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중공업의 주가가 9.55% 빠졌으며 한진중공업 주가는 10.90% 급락했다.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STX조선해양 등도 6~9%대의 하락률을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16.91포인트 떨어진 1673.14로 장을 마쳤다.

CMA CGM은 컨테이너 선복량 기준 세계 3위(약 100만TEU · 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370척의 선박을 보유하고 전 세계 200여개의 항로를 운영 중이다.

장창민/장경영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