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과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자꾸 작년 생각이 난다"던 롯데의 캡틴 조성환(33)이 결정적인 3루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는 등 4안타를 터뜨리고 우울함을 말끔히 떨쳐냈다.

조성환은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타수4안타를 때려내면서 15안타를 폭죽처럼 터뜨린 롯데의 공격에 앞장섰다.

전날까지 포스트시즌 개인 통산 5경기에서 고작 안타 2개만 기록했던 조성환은 이날 그간 한풀이에 나선 듯 매 타석 날카롭게 방망이를 휘둘러 3루와 왼쪽 외야를 가득 메운 '잠실 갈매기'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1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좌전 안타를 때렸고 0-0이던 4회에는 볼넷을 골라 '친구' 홍성흔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6회 무사 1루에서는 다시 좌전 안타를 터뜨려 추가점의 발판을 놓았고 2-1로 앞선 8회 2사 2루에서는 우익수 임재철의 키를 훌쩍 넘는 3루타를 작렬시켜 치열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9회에는 2루수쪽 내야 안타를 추가해 이날 양팀 합쳐 가장 많은 안타를 기록한 선수가 됐다.

지난해 "비싼 수업료를 내고 포스트시즌이라는 것을 제대로 배웠다"던 조성환의 눈빛은 매섭게 빛났다.

롯데가 지난해 두산과 2위 싸움에서 패퇴, 아쉽게 3위에 그쳤고 8년 만에 가을 잔치에 나서 너무 들뜬 나머지 4위 삼성에 3연패하며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올해는 막판까지 삼성과 4위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펼쳤고 치열한 전쟁에서 승자가 되면서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상승세를 탔다.

그 중심에 조성환이 있었다.

작년 삼성과 준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14타수 2안타를 때리는 데 그쳤던 조성환은 공격과 수비에서 롯데의 중심으로 맹활약, 롯데가 2000년 삼성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 이후 9년 만에 포스트시즌 첫 승리를 거두는 데 밀알이 됐다.

7회 손시헌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잡아 직접 2루를 찍고 병살타를 엮어내는 등 수비에서도 빈틈이 없었다.

조성환은 "이제 한 경기를 치렀다.

첫 타석에서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되면서 부담을 떨쳤다"면서 "지난해 아픈 기억이 있어서 오늘 조금 더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포스트시즌에서는 결코 혼자 잘해서 이길 수 없다.

전 선수가 열심히 녹초가 되도록 열심히 뛰자고 독려했고 최선을 다한 덕분에 이겼다"고 공로를 동료와 후배에게 돌렸다.

"큰 경기에서는 수비와 베이스러닝의 싸움"이라던 조성환은 "매일 이겼으면 좋겠다"며 2~3차전에서도 맹활약을 다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