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미국의 유동성 공급 감속 관측으로 사흘 만에 1700선을 내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 회복 진입을 공식 선언했지만 양적 완화 정책에서 발을 빼는 것이란 우려로 뉴욕증시가 빠진 게 빌미가 됐다.

외국인도 15일 만에 순매도로 돌아서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장중엔 주식과 채권을 수시로 오가는 '스위칭펀드'의 주식 청산으로 추정되는 매물에 지수가 급락세를 보이는 일도 벌어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FRB 우려'가 일시적 충격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당분간 증시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연말 증시 흐름을 결정짓는 변곡점은 다음 달 초 · 중반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사흘 만에 1700선 내줘

이날 코스피지수는 한때 1680선까지 밀린 끝에 17.59포인트(1.03%) 빠진 1693.88에 장을 마쳤다. 뉴욕증시 하락 소식에 약세로 출발한 지수는 장 초반 순매도와 순매수를 오가던 외국인이 '팔자'로 방향을 잡자 낙폭을 확대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FRB가 시장에 돈을 푸는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히자 이를 악재로 받아들인 뉴욕증시가 장 막판 하락세로 전환했고,이 여파로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오전 11시30분께 투신권이 대량 매물을 쏟아내 지수가 10분 만에 20포인트 넘게 급락세를 보여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이 매물은 연금 은행 등이 자산운용사에 자금을 맡겨 굴리는 스위칭펀드가 주식을 팔고 채권으로 전환하면서 나온 것이란 분석이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주식과 채권의 편입 비중을 자유롭게 조절하면서 투자하는 스위칭펀드의 펀드매니저가 향후 지수가 더 오르기 어렵다고 판단해 주식을 정리하고 채권으로 갈아타면서 대량 매물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긴 어렵지만,시장에선 추가로 나올 대량 청산 매물은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원 · 달러 환율 하락도 부담이 됐다. 달러당 1200원을 기준선으로 삼았던 국내 투자자들이 전날 이 선이 깨지자 일단 팔고 지켜보겠다는 판단으로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 수출주 비중을 줄였다는 분석이다.

◆'FRB 우려'는 일시적 충격


전문가들은 증시가 FRB의 유동성 공급 감속에 놀라 하락세를 보였지만 여파가 오래 가진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증시 상승 흐름이 꺾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조 부장은 "국내 증시가 외국인의 매수 강도에 계속해서 영향을 받겠지만 상승세로 쉽게 복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히려 다음 달 중순께나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조 부장은 "다음 달 2일 나오는 미국의 9월 자동차 판매 결과가 주목할 만한 지표"라며 "8월까지는 미국 정부의 자동차 인센티브가 판매량을 높였지만,그 효과가 사라진 9월 결과는 미국 소비심리를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3분기 어닝시즌이 시작되는 점도 주목된다. 2분기 실적만큼 눈에 띄는 개선이 나오느냐가 관건이란 지적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분기 어닝시즌이 관건"이라며 "그때부터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출구전략이 거론될 수 있고,경기선행지수들이 이미 꼭대기에 와 있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