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들이 오후 9~10시까지 연장 영업하는 '올빼미 매장'을 앞다퉈 늘리고 있다. 야간 쇼핑을 선호하는 20~30대 젊은 고객을 겨냥해 '영패션 전문관'을 오후 10시까지 운영하고 입지와 지역 특성에 따라 점포의 폐점시간을 30분~1시간씩 늦추고 있다. 이에 따라'오전 10시30분~오후 8시'라는 백화점 영업시간의 불문율이 점차 깨지고 있다.

지난 16일 재개장한 신세계 영등포점은 지하 2층 '패션스트리트'를 오후 10시까지 연다.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고,대부분 오후 10시까지 영업하는 타임스퀘어 쇼핑몰과의 연결 효과를 살리기 위해서다. 현대백화점이 지난달 개점한 신촌점 '유플렉스'와 지난 6월 확대 개장한 목동점 '영시티몰'도 오후 10시까지 고객을 맞는다. 백화점 '영패션관'의 원조인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소공동 본점,대구점,청주점)도 오후 9시30분까지 영업한다.

올 4월 문을 연 AK플라자 평택점은 최근 개 · 폐점 시간을 30분씩 늦췄다. 주중에는 오후 8시30분,주말에는 오후 9시까지 영업한다. 2007년에 개점한 신세계 죽전점과 갤러리아 진주점은 각각 오후 10시와 9시까지로 영업시간을 조정했다. 부산 지역 백화점들은 주말에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백화점들이 경쟁적으로 '올빼미 매장'을 늘리는 것은 밤시간대 활동이 많은 젊은 세대와 퇴근 후 쇼핑하는 맞벌이 부부 등을 끌어들여 매출을 높이기 위해서다. 롯데 영플라자의 경우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이 오후 6시 이후에 발생하고,현대 유플렉스는 오후 8~10시 매출 비중이 20%를 웃돈다. AK 평택점도 영업시간 조정 이후 하루 매출이 1000만원 이상 증가했다. 이혁 현대백화점 신촌점 판매기획팀장은 "밤 늦게까지 영업하는 대형마트,복합쇼핑몰 등의 영향으로 야간 쇼핑에 익숙해진 고객들이 많아 밤시간대 매출 비중이 계속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백화점의 야간 영업시간 확대는 아직까진 제한적이다. 판매사원과 입점업체 직원들의 반발과 주변 상인들의 반대 여론을 우려해서다. 신세계 강남점도 5층 '영패션몰'의 영업시간 연장을 검토 중이지만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A백화점 관계자는 "2001년에 일괄적으로 폐점시간을 오후 7시30분에서 8시로 연장할 때도 노사 간 마찰을 빚었다"고 말했다. B백화점 관계자는 "베드타운에 있는 점포들은 개 · 폐점시간을 늦추면 영업 효율이 높아질 것"이라며 "일본 백화점들처럼 상권 특성에 따라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