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전 8시 일본 돗토리현 요나고 가이케 해변.이곳은 일본 1위 아웃도어 브랜드 '몽벨'이 돗토리현과 함께 주최한 '시 투 서밋(See to Summit)' 행사 참가자들로 북적였다. '시 투 서밋'은 1~4명이 한 팀을 이뤄 바다 카약 6㎞,자전거 19㎞,등산 4㎞를 릴레이로 완주하는 아웃도어 3종 경기로 한국의 5팀을 포함,총 100팀이 참가했다.

바다 카약 종목에 직접 참가한 다츠노 이사무 몽벨 회장(62)은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자연을 정복하는 익스트림 스포츠에 주력하는 것과 달리,극한 도전과 경쟁보다는 바다 카약을 시작으로 자전거로 마을을 거쳐 해발 1700m의 다이센산 정상까지 오르는 과정을 통해 직접 자연의 순환을 체험하면서 그 소중함을 일깨워보자는 취지에서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다츠노 회장은 1975년 몽벨을 창립하기 전 동료와 함께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일본 최초의 산악인이다. 그는 "고교 시절부터 이곳 다이센산에서 훈련하면서 등반가의 꿈을 키웠고,20대 초반 등산용품점에서 일하면서 세계 유명 산들을 올랐다"며 "하지만 무리하게 등반에 도전해 사고를 당하는 동료들을 많이 보면서 산악인의 길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아웃도어 활동을 통해 자연을 느끼고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소비자들을 위해 '몽벨'이라는 브랜드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 비즈니스를 택했다"고 덧붙였다.

4년간 등산용품점에서,이후 4년은 섬유회사에서 일하며 아웃도어 사업과 관련한 다양한 경험을 쌓아 스물여덟살이던 1975년 몽벨을 세웠다. 34년이 지난 지금 몽벨은 전문 산악인이 만든 고기능성 제품으로 일본에서는 노스페이스를 제치고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초경량 고기능성 텐트,다운 침낭과 초경량 다운 재킷 등이 대표적인 제품.다츠노 회장은 "일본 아웃도어 시장은 크게 유행을 타지 않고,다양한 아웃도어 스포츠들이 꽤 오래 전부터 정착돼 있다"며 "등산에 집중된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카약 · 낚시 · 사이클 · 트레킹 등 세분화 · 전문화해 1만5000여 가지 품목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악인 출신답게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에도 관심이 많다. '자연을 소비 대상으로 보지 않고 함께 즐기면서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그는 23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몽벨클럽 멤버십카드'를 소개하면서 "1500엔의 회비 중 50엔씩 적립해 조성한 펀드로 쓰나미 · 지진 피해자들을 지원하거나 다양한 활동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챌린저상을 시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제품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을 이용해 장애인들과 함께 인형을 제작해 수익을 창출하는 지원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내년에는 한국 몽벨에서도 시 투 서밋을 열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제주도 같은 훌륭한 자연환경을 한국 고객들도 직접 느끼고 소중히 생각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몽벨은 LS네트웍스의 자회사 오디캠프가 라이선스를 받아 지난해부터 판매하고 있다.

요나고(일본)=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