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한은법 개정 문제로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우기 하루 전인 지난 16일.조문환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발의자로 된 '지급결제제도 감독법안'이란 새 법률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됐다. 지급결제제도에 대한 운영권한을 금융위원회에 부여하는 것이 이 법안의 골자다.

지급결제란 금융회사를 통해 자금거래를 하고 난 뒤 차액을 정산하는 것 등을 말한다. 현재 지급결제는 한은이 최종책임을 지고 있으며 한은은 결제의 안정성을 위해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신경쓰고 있다. 새 법안은 그러나 한은의 감시조항을 삭제하는 등 한은의 권한을 축소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한은은 한마디로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지급결제를 중앙은행이 책임지고 있는 것은 각 금융회사가 중앙은행에 계좌를 두고 거래를 종결하기 때문인데 어떤 기관이 중앙은행을 대신할 수 있겠느냐고 되묻는다. 한은은 이 때문에 이 법안이 다른 속셈 때문에 제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바로 기재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한은법 개정안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정무위의 '맞불'일 것이란 분석이다. 새 법안을 발의한 의원 12인 중 조 의원을 포함한 7인이 정무위 소속이란 점에서 이 법안은 정무위 법안이라고 한은은 보고 있다.

정무위는 사실 한은에 금융회사 단독조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 자체를 못마땅하게 생각해 왔다. 이는 금융위원회의 고유권한이며 금융감독원의 감독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정무위 소관 부처(금융위)와 기관(금감원)의 업무영역을 다른 상임위(기재위) 소속 기관(한은)이 넘보지 말라는 얘기다.

정무위가 나서면서부터 한은법 개정문제는 이제 더 풀기 힘든 문제가 돼 버렸다. 선택은 '예'아니면 '아니오'로 단순하지만 변수와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아서다. 기재위 소속 의원 다수,한은,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등이 찬성 진영에 서 있고 정무위 소속 의원 대다수,기재위 소속 일부 의원,재정부,금융위,금감원이 반대 진영에 있다.

문제의 뿌리는 금융을 다루는 부처가 이원화돼 있고 이 때문에 국회도 갈라져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선 한은법 문제의 해법은 없어 보인다.

박준동 경제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