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건국 60년사에 노동운동가가 곧바로 정부 산하단체 기관장에 임명되기는 처음입니다. "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유재섭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이 취임 직후 청와대에서 가진 업무보고 때 이렇게 얘기했다. 유 이사장은 기업 경영이나 행정 업무를 해본 경험이 거의 없고 30여년간 노동현장에서만 활동해온 고졸 출신 노동운동가다. 그런 그가 정부 산하단체 기관장 자리에 임명됐으니 대통령도 '건국 60년 이래 처음'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파격이었던 셈이다.

유 이사장은 1973년 LG전자 기능공으로 입사한 이후 노동운동가의 길을 걸었다. LG전자 12~14대 노조위원장,금속연맹 위원장을 거쳐 지난해까지 한국노총 상임 부위원장을 지냈다. 지난 대선 당시 한국노총과 한나라당의 정책연대를 성사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유 이사장은 1992년 LG전자 노조위원장 신분으로 수출에 공헌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동탑산업훈장을 받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LG전자가 노조의 강경파업으로 몸살을 앓던 1990년에 LG전자 12대 노조위원장으로 취임한 그는 노사갈등 해소의 출발점을 기업 경쟁력 강화에서 찾았다. 삼성전자 등 경쟁업체에 밀리는 LG전자의 경쟁력을 끌어 올려 회사 전체의 파이를 키워놓고 그후 당당하게 그에 걸맞은 임금과 복지를 요구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노조위원장 취임 직후엔 사측의 협조를 얻어 구속된 노조원 석방에 힘을 기울이고 또다른 한편으로는 사측과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복원하는 등 노사 갈등을 빠르게 수습해 나갔다.

이듬해인 1991년에는 일간지에 '생산과 품질은 우리 노동조합이 책임지겠다'는 광고를 내는 등 기업 경쟁력 강화에 노조 활동역량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LG전자는 그후 현재까지 무파업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유 이사장은 산업인력공단의 수장을 맡은 후에도 조직 슬림화와 현장 중심 경영 등에 나서며 남다른 경영 혁신을 선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매년 중위권에 머물던 산업인력공단의 공공기관 평가 등급을 지난해 처음으로 A등급으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에는 서울디지털대학교에 입학,만학의 길에 도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