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비제도권 리서치 논쟁]"법인중심 분석? 개인감각 의존?"-슈퍼개미 이승조 vs 홍성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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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 리서치센터의 문제점은 법인 영업부와 상생을 위해 종목 분석 리포트를 쓴다는 것입니다. 법인 중심 비즈니스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는 거죠." (이승조 새빛인베스트먼트 리서치센터장ㆍ필명 무극선생)
"비제도권에서 몇몇 특정 지표만을 가지고 개인의 감각에 의존해 분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ARS(전화자동응답서비스) 사업자 등 일부는 단순히 뉴스나 제도권의 기존 리포트를 가공하기만 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홍성국 대우증권 상무·전 리서치센터장)
비제도권 리서치센터장과 제도권 증권사 인사가 만났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빌딩에서 '비제도권 대표' 이승조 센터장과 '제도권 대표' 홍성국 상무가 만나 서로가 본 상대방의 한계점과 필요성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20여년을 증권계에 몸 담아온 두 '대가'들의 출발점은 사실 같다.
이 센터장은 1984년 대우증권 조사부(리서치센터)에 입사했고, 홍 상무는 1986년 대우증권에 들어왔다. 말하자면 대우증권 선후배 사이인 것. 우연히도 두 사람은 또한 같은 대학교 같은 과(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후 행보는 크게 달랐다. 무극선생이란 필명으로 유명한 이 센터장은 L&K투자정보클럽, 동방페레그린 등을 거쳐 2008년에는 재야의 소문난 고수들과 함께 대표적인 비제도권 리서치센터로 꼽히는 새빛인베스트먼트를 차렸다. 증권업계에 입문한 지 얼마 안돼 1억원을 50억원으로 불린 원조 '슈퍼개미'이기도 하다.
홍 상무는 이 센터장을 두고 "양쪽 사이드를 모두 너무 잘 아는 분"이라고 평한다.
반면 홍 상무는 전통적인 대우증권맨이다. 대우증권 입사 후 2000년에는 37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투자분석부 부장을 맡았다. 6년 뒤에는 리서치센터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비교적 연령대가 젊은 리서치센터 내에서도 이례적으로 빠른 승진 코스를 수직으로 거친 것이다. 지난해에는 법인영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증권업계에서 20년을 넘게 지낸 두 사람이다. 직·간접적으로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덕분에 이날 대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고수끼리는 통한다고 했던가. 서로의 영역과는 관계없이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
◆ 제도권 vs 비제도권
이 센터장은 지난해 12월 새빛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면서 리서치센터의 한계를 극복하겠다고 얘기한 바 있다.
제도권과 비제도권을 모두 경험한 그가 느낀 제도권의 한계는 무엇일까.
이 센터장은 "법인과 외국인 중심의 리포트를 걸려서 개인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라며 "제도권 리서치센터는 법인 비즈니스 중심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제도권에 몸 담아본 경험상 제도권에서는 리서치와 법인 영업부의 상생을 위한 리포트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홍 상무는 "그것은 과거의 일"이라고 맞받았다.
그는 "과거에는 그런 문제들이 암암리에 불거졌으나 4~5년 전 컴플라이언스 규정이 나오면서 지금은 서로 방화벽을 완전히 치고 있다"며 "법인 영업을 위한 리서치라고 하는 것은 지금은 오해"라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이런 오해가 끊이지 않는 것은 리포트들이 기관투자자의 시각에서 작성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관들은 개별 종목이나 업종에 대한 비중을 조절하려는 관점에서 리포트를 보는 것이지 개인처럼 매수와 매도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전망이 나쁘다 하여 기관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모두 팔아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비중을 조정할 뿐이다.
홍 상무는 "개인투자자들은 리포트가 기본적으로 기관투자자처럼 종목이나 업종의 주식을 계속 가져간다는 전제하에 쓰여진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증권사는 '매도' 보고서를 내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인정했다.
홍 상무는 "시장 참여자인 기관 투자자가 매도 보고서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며 "더 본질적으로는 해당 기업들이 싫어한다"고 설명했다.
매도 보고서를 쓰면 기업과의 거래가 모두 깨질 정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나마 과거보다 나아진 상황이다. '중립'이나 '트레이딩 바이' 등으로 우회적인 매도 표현을 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데, 그런 것에 대해 기업에서도 어느 정도 용인하는 분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비제도권 애널리스트들의 문제점으로는 개인 감각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홍 상무는 ARS 사업자 등 비제도권 애널리스트들이 단순한 뉴스나 기존 제도권의 자료를 가져다 가공하는 데 그치면서도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장은 혼자서는 따라갈 수 없다"며 "비제도권에서 몇몇 특정 지표만을 가지고 개인의 감각에 의존해 분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 센터장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이 센터장은 "기술적 분석이나 자신의 감각에 의지해 자신만의 기법을 개발했다면서 선동적인 종목 장사를 하는 경우가 비제도권에 상당히 많다"고 인정했다.
비제도권에서는 나름대로 재야에서 실전매매를 통해서 내공을 쌓았다는 사람이 많은데, 당사자는 내공이 있어 극복하지만 일반 투자자들은 소화하지 못하고 주화입마(走火入魔:기공 수련을 하다가 호흡법을 잘못 써서 정신착란 상태에 빠지는 것)에 걸릴 수 있다는 게 그의 우려다. 일반인들이 선별할 수 있는 선구안을 갖추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 전문가 안목 갖추려면 리포트를 봐라
두 사람은 모두 제도권과 비제도권을 막론하고 애널리스트들 인재 풀이나 브랜드 가치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진정한 의미의 리서치센터가 국내에서 시작된 것은 고작 외환위기 이후부터다. 짧은 국내 자본시장 역사만을 갖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며, 20~30년 정도의 전체 시장을 보는 눈을 기르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두 사람 모두 20년 이상 시장을 분석해온 전문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15~20년쯤이 돼서야 비로소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는 안목이 길러졌다는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물론 개인투자자가 이런 안목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그럴 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증권사 등의 분석 리포트다.
홍 상무는 "리포트는 그 회사의 수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라며 "하지만 같은 회사라도 사람에 따라 보는 눈이 틀리므로 한 회사에 대한 여러 보고서를 골고루 읽어보고, 거시경제를 고려하면 충분히 시장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센터장은 개인들이 리포트를 볼 땐 현재 보고서만을 살펴볼 것이 아니라 6개월, 1년 전의 리포트도 함께 살펴보고 연속적인 흐름을 파악할 것을 권했다.
아울러 "가치투자자의 입장에서 현재 당장은 부정적이지만 1년 후에는 좋아질 것이라고 나와 있다면 매수 타이밍으로 이용해도 좋다"면서 "반대로 지금처럼 대부분 좋다고 하는 시점에서는 오히려 리스크 관리를 하는 식으로 시장대응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 9, 10월에 주식 비중 줄여라
두 사람이 본 증시 전망은 어떨까.
이들은 코스피지수가 파죽지세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주식 비중을 줄여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홍 상무는 "시장은 9~10월 중 단기고점을 찍고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개인은 지금 시장이 과열돼 있을 때, 주식 비중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 동안 기업이 잘해서 올라가는 경우도 있지만 해외 경쟁기업이 넘어져서 좋아진 측면도 있다"며 "이런 것이 과도하게 주가에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 역시 "금값 등 원자재 변수와 중국 수요에 의한 변수를 생각해 봐야할 시기"라며 "9, 10월에는 변동성에 대비해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우량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것"을 권했다.
금리 인상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쪽으로 의견이 일치했다.
홍 상무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에 과잉 부채 문제가 있는데, 부채의 대부분이 중소기업과 가계, 자영업자들"이라며 "경기가 숫자적으로 좋아지고는 있지만 지금 금리를 올리게 되면 중소기업은 경영이 안되는 상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정부는 출구 전략에 대한 구두 개입은 계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가 자생력을 회복하기 전까지는 실제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미국이 금리인상을 하기 전까지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 언급은 블러핑(허풍)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고, 금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인플레이션 문제가 불거진다면, 어쩔 수 없이 관리적 수준으로 금리인상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럴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승조 센터장과 홍성국 상무의 대담 전문.
▶사회= 지난해 12월 이승조 선생님은 새빛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면서 제도권 리서치센터의 한계를 극복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제 한 9~10개월이 지났는데요. 이 선생님이 말하시는 제도권의 한계는 무엇입니까?
▶이승조 센터장= 제도권에서 비제도권으로 오면서 제 생각의 초점은 개인투자자를 위한 자료를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시장에서 개인은 약자입니다. 시장의 변동성을 극복하지 못하죠. 극복을 위해서는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적어도 10년 이상의 사이클을 겪어봐야 하는데 개인투자자들이 쉽게 갖추기는 힘듭니다. 저는 제도권의 시각에서 잘된 부분을 정리해서 개인들에 맞게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법인과 외국인 중심의 리포트를 걸려서 개인들에게 전하고자 했습니다. 제도권은 이 법인 비즈니스 중심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습니다. 저도 법인 영업을 하면서 느꼈지만, 제도권에서는 리서치와 법인 영업부의 상생을 위한 리포트가 나옵니다.
▶홍성국 상무= 물론 과거에는 그런 문제들이 암암리에 불거졌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외자계에서 문제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4∼5년 전 컴플라이언스 규정이 나오면서 방화벽을 완전히 치고 있습니다. 법인 영업을 위한 리서치라고 하는 것은 이제 오해라고 봅니다. 이런 부분들은 많이 정화됐습니다.
다만 이런 오해가 발생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리포트는 기관투자자의 시각으로 작성되기 때문입니다.
기관들은 개별 종목이나 업종에 대한 비중을 조절하려는 관점에서 리포트를 보는 것이지 개인처럼 매수와 매도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습니다.
삼성전자를 예를 들면 기관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시황이 좋건 나쁘건 보유를 하고 있습니다. 비중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전망이 나쁠 땐 팔고 나가면 그만이지만 기관투자자들은 계속 가져가면서 비중을 조정하는 겁니다.
개인투자자들은 리포트가 기본적으로 기관투자자처럼 종목이나 업종의 주식을 계속 가져간다는 전제하에 쓰여진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또한 제도권의 리포트가 1800여개에 달하는 모든 종목을 커버하지 못합니다. 이에 대해 개인들은 갈증을 느낄 것입니다. 기관이 좋아하는 종목만 커버하냐는 말도 듣고요. 그러나 시가총액이나 주식시장에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한다면 대형주 위주의 리포트가 우선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이 센터장= 컴플라이언스에 의한 방화벽이 생겼다는 것은 동의합니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 한 업황에서 30~40년 된 애널리스트를 키우는 풍토가 있습니다. 그런 애널리스트가 낸 보고서는 신뢰가 있고 시장 파워도 셉니다.
그러나 이에 미치지 못하는 3~5년차의 30대 애널리스트들에게 리포트에 대한 전권을 줬을 때, 이들은 시장의 변동성과 자신의 생각에서 나오는 괴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돈의 흐름에 따라서 영업적 성향으로 가는 것을 봤습니다.
무엇보다 애널리스트들이 너무 젊습니다. 애널리스트을 10~20년 키울 수 있는 풍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애널리스트 풍토는 10년 정도는 더 지나야 시각이나 파워가 강해질 것 같습니다. 아직은 균형감각이 부족한 시각들이 있습니다. ▶사회= 일정 부분 이해를 하시는 부분도 있는 것 같지만, 지금도 제도권과 비제도권의 간격은 있다는 얘기 같습니다.
▶홍 상무= 국내 애널리스트들의 경력이 짧다는 것은 국내 자본시장의 한계입니다.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년 간 증권시장이 커지면서 리서치센터를 키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증권사들이 리서치 없이는 영업이 힘들기 때문에 갑자기 늘린 것이 원인입니다.
애널리스트들간의 차이가 큰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 시장이 갑자기 커졌기 때문인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 시장은 스스로 알아서 이런 문제들은 걸러질 것입니다.
▶사회= 제도권은 비제도권 애널리스트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홍 상무= 비제도권 애널리스트도 일정 부분 필요한 역할입니다. 다만 비제도권에서도 새빛인베스트먼트처럼 제도권 같은 분석을 표방하는 곳과는 달리 ARS 사업자 등 일부 비제도권 애널리스트는 단순한 뉴스나 제도권의 자료를 가공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시장은 혼자서는 따라갈 수 없습니다. 그러나 비제도권에서 몇몇 특정 지표만을 가지고 개인의 감각에 의존해 분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제도권은 시가총액 상위종목 위주로 커버하며, 비제도권은 중소형주 위주로 커버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보완 작용도 된다고 봅니다.
▶사회= 요즘처럼 장의 변동성이 심할수로 비제도권의 수가 많아지고 있고, 개인들도 많은 실패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ARS 등의 난립은 문제가 아닌가요?
▶이 센터장= 비제도권도 상당히 문제가 많습니다. 특히 20~30대 3~5년차 경력의 사람이 기술적 분석이나 자신의 감각에 의지해 자신만의 기법을 개발했다면서 선동적인 종목 장사를 하는 경우가 비제도권에 상당히 많죠.
비제도권에도 세월에 의해서 걸러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제도권에서는 나름대로 재야에서 실전매매를 통해서 내공을 쌓았다는 사람이 많은데, 당사자는 내공이 있어 극복하지만 일반 투자자들은 소화하지 못하고 주화입마에 걸릴 수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선별할 수 있는 선구안을 갖추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제도권에서는 특히 주식 투자 경험자가 많습니다. 실전투자에서 내가 벌었으니 내 방식을 따라오라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수시로 변하므로 이를 통해 반드시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또 한가지 문제는 개성들이 너무 강하다는 것입니다. 각자 독자적인 영역으로 개발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일반화시키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비제도권도 인재 풀이나 브랜드 가치를 갖추기 위해서는 10년 정도 순화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30년 정도의 전체 시장을 보는 눈을 기르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사회= 제도권 리포트에는 왜 매도 보고서가 없습니까? 외국계에서는 간혹 매도 리포트가 보이는데, 국내에서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홍 상무= 그것은 국내 뿐만 외국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외국계의 경우도 70~80% 정도가 매수 보고서입니다.
우선적으로 시장 참여자, 기관 투자자가 매도 보고서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더 본질적으로는 해당 기업들이 싫어합니다. 매도 보고서를 쓰면 기업과의 거래가 모두 깨지기도 할 정도죠. 미국과 일본도 그런 경향은 있지만 우리나라가 유독 심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과거보다 나아졌습니다. '중립'이나 '트레이딩 바이' 등으로 우회적인 표현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말은 안 해도 실제 '매도'라는 뜻인데, 그런 것에 대해 기업에서도 어느 정도 용인하는 분위기가 됐습니다. 하루 아침에 바뀔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사회= 그렇다면 개인투자자는 증권사들의 리포트를 어떻게 이해하고 시장을 보는 안목을 어떻게 키워야 하나요?
▶홍 상무= 리포트는 그 회사의 수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로 보면 됩니다. 하지만 같은 회사라도 사람에 따라 보는 눈이 틀리겠죠. 실제 자신이 다니는 회사라도 자신있게 말하기 힘드니까요.
그러므로 한 회사에 대한 여러 보고서를 골고루 읽어보고, 거시경제를 고려해 읽어보면 충분히 시장에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센터장=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이 시간적 오차감각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의 입장에서 팁을 주자면 6개월 전의 리포트 등 예전의 보고서들을 살펴볼 것을 권합니다.
하나만 볼 게 아니라 이 애널리스트가 1년전, 6개월 전엔 어떻게 썼는가 연속적인 상황은 어떻게 되는가 살펴보고, 애널리스트의 경력에 대해서도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가치투자자의 입장에서 현재 부정적이라고 판단하는 보고서가 나오더라도 1년 후에는 좋을 것이라고 나와 있다면 매수 타이밍으로 이용해도 좋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대부분 좋다고 하는 시점에서는 오히려 리스크 관리를 하는 식으로 시장대응을 하면 어떨까 권하고 싶습니다.
또 외국계의 경우 부정적인 리포트를 내고 정작 수급에서는 외국인이 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괴리현상을 중요한 포인트로 잡고 투자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회= 두 분은 경력이 22~25년 정도로 매우 긴데, 언제쯤 시장을 보는 자신만의 눈이 생겼습니까?
▶홍 상무= 저는 거시경제를 중심으로 시장을 봅니다. 큰 흐름을 이해하는 것은 15년쯤 되면서부터 보인 것 같네요. 이는 주식투자도 같습니다. 같이 시작을 했더라도 시장의 루머만을 쫓아다니며 투자한 사람과 시장을 보는 눈을 키운 사람과는 2,3년 안에도 차이가 벌어집니다. 개별 기업은 비교적 쉬우므로 이를 먼저 집중적으로 보고 그 다음에 거시지표를 이해하면 큰 실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 센터장= 저 역시 20년쯤 되니까 시장에 겸손해진 것 같습니다.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시 지표입니다. 금리, 국제유가 등의 변수들이 어떻게 움직여서 기업의 6개월 ,9개월 후 이익에 어떻게 영향을 줄 것인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현재 인기 종목이나 정보 매매, 수급에 의한 매매는 변동성이 커서 실패할 때가 많습니다. 경기순환을 일으키는 거시 변수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미리 움직여야 합니다.
▶사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현재의 시장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개인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홍 상무=시간이 지날수록 성장률이 떨어질 것입니다. 지금은 지난해 최악의 상황으로 인해 경제지표의 착시현상이 이뤄지는 시기입니다. 성장률은 꺾였지만 전년동기에 비해서는 올라가보일 수 있습니다.
그럼 긍융위기가 끝났느냐. 다시 2000 돌파할 수 있는가.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과 지금의 차이점은 경제의 자생력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과 손실율이 크다는 것입니다. 주식만 봐서는 지수가 상당히 회복된 것 같지만 경제 전체를 보면 어마어마한 손실이 난 상태입니다.
마약 때문에 문제가 생겼는데 또 마약을 투여한 형국이라는 얘기를 합니다. 유동성과 부채가 너무 많아 생긴 문제인데 다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9~10월 중 단기고점을 찍을 것 같습니다. 내년 상반기나 2분기부터는 경기 모멘텀이 안 좋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한국이 좋아도 세계가 안 좋다면 한국도 연동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서 쓸 수 있는 정책이 과연 무엇이 있을지가 문제입니다. 정부는 돈을 풀만큼 풀었기 때문에 어려운 국면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개인은 지금 시장이 과열돼 있을 때, 주식 비중을 줄여야한다고 봅니다. 그 동안 기업이 잘해서 올라가는 경우도 있지만 해외 경쟁기업이 넘어져서 좋아진 측면도 있습니다. 이런 것이 과도하게 주가에 반영된 것 같습니다.
▶이 센터장= 저도 시각은 비슷합니다. 중국 증시의 흐름이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내년 5월 열리는 상하이 엑스포 이후 변동성이 더 심해질 것입니다. 베이징올림픽보다 상하이엑스포가 끝난 10월 이후의 전망이 중요합니다.
또한 금값도 눈여겨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금값이 1온스당 1000달러 안착되면 달러 약세가 심해지고, 원자재 등 안전자산으로 유동성이 이동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원자재 수급 변동성이 커질 것이고, 우리나라 제조업체의 원가비율도 변동될 것입니다.
금값 등 원자재 변수와 중국 수요에 의한 변수를 생각해 봐야할 시기입니다. 9, 10월에는 변동성에 대비해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우량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것을 권합니다.
▶사회=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판단합니까?
▶홍 상무=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에 과잉 부채 문제가 있습니다. 부채의 대부분이 중소기업과 자영엽인데, 지금 경기회복은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경기가 숫자적으로 좋아지고는 있지만 금리를 올리게 되면 중소기업은 경영이 안되는 상태가 일어날 것입니다.
지금은 부채가 늘었어도 금리를 내려서 실제 가계나 중소기업에서 내는 이자는 낮아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쉽게 금리를 올리지는 못할 것입니다. 정부는 출구 전략에 대한 구두 개입은 계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가 자생력을 회복하기 전까지는 실제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적다고 봅니다.
▶이 센터장= 저 역시 미국이 금리인상을 하기 전까지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 언급은 블러핑(허풍) 전략일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고, 금값 상승 등으로 인해 원자재가 하나의 투기적 상품으로 변해 변동성이 커지고 인플레이션 문제가 불거진다면, 어쩔 수 없이 관리적 수준으로 금리인상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겠지요.
대담=한경닷컴 변관열/글=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
사진=한경닷컴 양지웅 기자 yangdoo@hankyung.com
"비제도권에서 몇몇 특정 지표만을 가지고 개인의 감각에 의존해 분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ARS(전화자동응답서비스) 사업자 등 일부는 단순히 뉴스나 제도권의 기존 리포트를 가공하기만 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홍성국 대우증권 상무·전 리서치센터장)
비제도권 리서치센터장과 제도권 증권사 인사가 만났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빌딩에서 '비제도권 대표' 이승조 센터장과 '제도권 대표' 홍성국 상무가 만나 서로가 본 상대방의 한계점과 필요성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20여년을 증권계에 몸 담아온 두 '대가'들의 출발점은 사실 같다.
이 센터장은 1984년 대우증권 조사부(리서치센터)에 입사했고, 홍 상무는 1986년 대우증권에 들어왔다. 말하자면 대우증권 선후배 사이인 것. 우연히도 두 사람은 또한 같은 대학교 같은 과(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후 행보는 크게 달랐다. 무극선생이란 필명으로 유명한 이 센터장은 L&K투자정보클럽, 동방페레그린 등을 거쳐 2008년에는 재야의 소문난 고수들과 함께 대표적인 비제도권 리서치센터로 꼽히는 새빛인베스트먼트를 차렸다. 증권업계에 입문한 지 얼마 안돼 1억원을 50억원으로 불린 원조 '슈퍼개미'이기도 하다.
홍 상무는 이 센터장을 두고 "양쪽 사이드를 모두 너무 잘 아는 분"이라고 평한다.
반면 홍 상무는 전통적인 대우증권맨이다. 대우증권 입사 후 2000년에는 37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투자분석부 부장을 맡았다. 6년 뒤에는 리서치센터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비교적 연령대가 젊은 리서치센터 내에서도 이례적으로 빠른 승진 코스를 수직으로 거친 것이다. 지난해에는 법인영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증권업계에서 20년을 넘게 지낸 두 사람이다. 직·간접적으로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덕분에 이날 대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고수끼리는 통한다고 했던가. 서로의 영역과는 관계없이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
◆ 제도권 vs 비제도권
이 센터장은 지난해 12월 새빛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면서 리서치센터의 한계를 극복하겠다고 얘기한 바 있다.
제도권과 비제도권을 모두 경험한 그가 느낀 제도권의 한계는 무엇일까.
이 센터장은 "법인과 외국인 중심의 리포트를 걸려서 개인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라며 "제도권 리서치센터는 법인 비즈니스 중심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제도권에 몸 담아본 경험상 제도권에서는 리서치와 법인 영업부의 상생을 위한 리포트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홍 상무는 "그것은 과거의 일"이라고 맞받았다.
그는 "과거에는 그런 문제들이 암암리에 불거졌으나 4~5년 전 컴플라이언스 규정이 나오면서 지금은 서로 방화벽을 완전히 치고 있다"며 "법인 영업을 위한 리서치라고 하는 것은 지금은 오해"라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이런 오해가 끊이지 않는 것은 리포트들이 기관투자자의 시각에서 작성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관들은 개별 종목이나 업종에 대한 비중을 조절하려는 관점에서 리포트를 보는 것이지 개인처럼 매수와 매도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전망이 나쁘다 하여 기관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모두 팔아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비중을 조정할 뿐이다.
홍 상무는 "개인투자자들은 리포트가 기본적으로 기관투자자처럼 종목이나 업종의 주식을 계속 가져간다는 전제하에 쓰여진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증권사는 '매도' 보고서를 내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인정했다.
홍 상무는 "시장 참여자인 기관 투자자가 매도 보고서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며 "더 본질적으로는 해당 기업들이 싫어한다"고 설명했다.
매도 보고서를 쓰면 기업과의 거래가 모두 깨질 정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나마 과거보다 나아진 상황이다. '중립'이나 '트레이딩 바이' 등으로 우회적인 매도 표현을 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데, 그런 것에 대해 기업에서도 어느 정도 용인하는 분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비제도권 애널리스트들의 문제점으로는 개인 감각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홍 상무는 ARS 사업자 등 비제도권 애널리스트들이 단순한 뉴스나 기존 제도권의 자료를 가져다 가공하는 데 그치면서도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장은 혼자서는 따라갈 수 없다"며 "비제도권에서 몇몇 특정 지표만을 가지고 개인의 감각에 의존해 분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 센터장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이 센터장은 "기술적 분석이나 자신의 감각에 의지해 자신만의 기법을 개발했다면서 선동적인 종목 장사를 하는 경우가 비제도권에 상당히 많다"고 인정했다.
비제도권에서는 나름대로 재야에서 실전매매를 통해서 내공을 쌓았다는 사람이 많은데, 당사자는 내공이 있어 극복하지만 일반 투자자들은 소화하지 못하고 주화입마(走火入魔:기공 수련을 하다가 호흡법을 잘못 써서 정신착란 상태에 빠지는 것)에 걸릴 수 있다는 게 그의 우려다. 일반인들이 선별할 수 있는 선구안을 갖추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 전문가 안목 갖추려면 리포트를 봐라
두 사람은 모두 제도권과 비제도권을 막론하고 애널리스트들 인재 풀이나 브랜드 가치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진정한 의미의 리서치센터가 국내에서 시작된 것은 고작 외환위기 이후부터다. 짧은 국내 자본시장 역사만을 갖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며, 20~30년 정도의 전체 시장을 보는 눈을 기르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두 사람 모두 20년 이상 시장을 분석해온 전문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15~20년쯤이 돼서야 비로소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는 안목이 길러졌다는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물론 개인투자자가 이런 안목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그럴 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증권사 등의 분석 리포트다.
홍 상무는 "리포트는 그 회사의 수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라며 "하지만 같은 회사라도 사람에 따라 보는 눈이 틀리므로 한 회사에 대한 여러 보고서를 골고루 읽어보고, 거시경제를 고려하면 충분히 시장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센터장은 개인들이 리포트를 볼 땐 현재 보고서만을 살펴볼 것이 아니라 6개월, 1년 전의 리포트도 함께 살펴보고 연속적인 흐름을 파악할 것을 권했다.
아울러 "가치투자자의 입장에서 현재 당장은 부정적이지만 1년 후에는 좋아질 것이라고 나와 있다면 매수 타이밍으로 이용해도 좋다"면서 "반대로 지금처럼 대부분 좋다고 하는 시점에서는 오히려 리스크 관리를 하는 식으로 시장대응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 9, 10월에 주식 비중 줄여라
두 사람이 본 증시 전망은 어떨까.
이들은 코스피지수가 파죽지세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주식 비중을 줄여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홍 상무는 "시장은 9~10월 중 단기고점을 찍고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개인은 지금 시장이 과열돼 있을 때, 주식 비중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 동안 기업이 잘해서 올라가는 경우도 있지만 해외 경쟁기업이 넘어져서 좋아진 측면도 있다"며 "이런 것이 과도하게 주가에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 역시 "금값 등 원자재 변수와 중국 수요에 의한 변수를 생각해 봐야할 시기"라며 "9, 10월에는 변동성에 대비해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우량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것"을 권했다.
금리 인상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쪽으로 의견이 일치했다.
홍 상무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에 과잉 부채 문제가 있는데, 부채의 대부분이 중소기업과 가계, 자영업자들"이라며 "경기가 숫자적으로 좋아지고는 있지만 지금 금리를 올리게 되면 중소기업은 경영이 안되는 상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정부는 출구 전략에 대한 구두 개입은 계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가 자생력을 회복하기 전까지는 실제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미국이 금리인상을 하기 전까지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 언급은 블러핑(허풍)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고, 금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인플레이션 문제가 불거진다면, 어쩔 수 없이 관리적 수준으로 금리인상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럴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승조 센터장과 홍성국 상무의 대담 전문.
▶사회= 지난해 12월 이승조 선생님은 새빛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면서 제도권 리서치센터의 한계를 극복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제 한 9~10개월이 지났는데요. 이 선생님이 말하시는 제도권의 한계는 무엇입니까?
▶이승조 센터장= 제도권에서 비제도권으로 오면서 제 생각의 초점은 개인투자자를 위한 자료를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시장에서 개인은 약자입니다. 시장의 변동성을 극복하지 못하죠. 극복을 위해서는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적어도 10년 이상의 사이클을 겪어봐야 하는데 개인투자자들이 쉽게 갖추기는 힘듭니다. 저는 제도권의 시각에서 잘된 부분을 정리해서 개인들에 맞게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법인과 외국인 중심의 리포트를 걸려서 개인들에게 전하고자 했습니다. 제도권은 이 법인 비즈니스 중심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습니다. 저도 법인 영업을 하면서 느꼈지만, 제도권에서는 리서치와 법인 영업부의 상생을 위한 리포트가 나옵니다.
▶홍성국 상무= 물론 과거에는 그런 문제들이 암암리에 불거졌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외자계에서 문제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4∼5년 전 컴플라이언스 규정이 나오면서 방화벽을 완전히 치고 있습니다. 법인 영업을 위한 리서치라고 하는 것은 이제 오해라고 봅니다. 이런 부분들은 많이 정화됐습니다.
다만 이런 오해가 발생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리포트는 기관투자자의 시각으로 작성되기 때문입니다.
기관들은 개별 종목이나 업종에 대한 비중을 조절하려는 관점에서 리포트를 보는 것이지 개인처럼 매수와 매도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습니다.
삼성전자를 예를 들면 기관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시황이 좋건 나쁘건 보유를 하고 있습니다. 비중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전망이 나쁠 땐 팔고 나가면 그만이지만 기관투자자들은 계속 가져가면서 비중을 조정하는 겁니다.
개인투자자들은 리포트가 기본적으로 기관투자자처럼 종목이나 업종의 주식을 계속 가져간다는 전제하에 쓰여진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또한 제도권의 리포트가 1800여개에 달하는 모든 종목을 커버하지 못합니다. 이에 대해 개인들은 갈증을 느낄 것입니다. 기관이 좋아하는 종목만 커버하냐는 말도 듣고요. 그러나 시가총액이나 주식시장에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한다면 대형주 위주의 리포트가 우선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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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에 미치지 못하는 3~5년차의 30대 애널리스트들에게 리포트에 대한 전권을 줬을 때, 이들은 시장의 변동성과 자신의 생각에서 나오는 괴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돈의 흐름에 따라서 영업적 성향으로 가는 것을 봤습니다.
무엇보다 애널리스트들이 너무 젊습니다. 애널리스트을 10~20년 키울 수 있는 풍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애널리스트 풍토는 10년 정도는 더 지나야 시각이나 파워가 강해질 것 같습니다. 아직은 균형감각이 부족한 시각들이 있습니다. ▶사회= 일정 부분 이해를 하시는 부분도 있는 것 같지만, 지금도 제도권과 비제도권의 간격은 있다는 얘기 같습니다.
▶홍 상무= 국내 애널리스트들의 경력이 짧다는 것은 국내 자본시장의 한계입니다.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년 간 증권시장이 커지면서 리서치센터를 키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증권사들이 리서치 없이는 영업이 힘들기 때문에 갑자기 늘린 것이 원인입니다.
애널리스트들간의 차이가 큰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 시장이 갑자기 커졌기 때문인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 시장은 스스로 알아서 이런 문제들은 걸러질 것입니다.
▶사회= 제도권은 비제도권 애널리스트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홍 상무= 비제도권 애널리스트도 일정 부분 필요한 역할입니다. 다만 비제도권에서도 새빛인베스트먼트처럼 제도권 같은 분석을 표방하는 곳과는 달리 ARS 사업자 등 일부 비제도권 애널리스트는 단순한 뉴스나 제도권의 자료를 가공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시장은 혼자서는 따라갈 수 없습니다. 그러나 비제도권에서 몇몇 특정 지표만을 가지고 개인의 감각에 의존해 분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제도권은 시가총액 상위종목 위주로 커버하며, 비제도권은 중소형주 위주로 커버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보완 작용도 된다고 봅니다.
▶사회= 요즘처럼 장의 변동성이 심할수로 비제도권의 수가 많아지고 있고, 개인들도 많은 실패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ARS 등의 난립은 문제가 아닌가요?
▶이 센터장= 비제도권도 상당히 문제가 많습니다. 특히 20~30대 3~5년차 경력의 사람이 기술적 분석이나 자신의 감각에 의지해 자신만의 기법을 개발했다면서 선동적인 종목 장사를 하는 경우가 비제도권에 상당히 많죠.
비제도권에도 세월에 의해서 걸러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제도권에서는 나름대로 재야에서 실전매매를 통해서 내공을 쌓았다는 사람이 많은데, 당사자는 내공이 있어 극복하지만 일반 투자자들은 소화하지 못하고 주화입마에 걸릴 수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선별할 수 있는 선구안을 갖추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제도권에서는 특히 주식 투자 경험자가 많습니다. 실전투자에서 내가 벌었으니 내 방식을 따라오라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수시로 변하므로 이를 통해 반드시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또 한가지 문제는 개성들이 너무 강하다는 것입니다. 각자 독자적인 영역으로 개발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일반화시키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비제도권도 인재 풀이나 브랜드 가치를 갖추기 위해서는 10년 정도 순화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30년 정도의 전체 시장을 보는 눈을 기르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사회= 제도권 리포트에는 왜 매도 보고서가 없습니까? 외국계에서는 간혹 매도 리포트가 보이는데, 국내에서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홍 상무= 그것은 국내 뿐만 외국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외국계의 경우도 70~80% 정도가 매수 보고서입니다.
우선적으로 시장 참여자, 기관 투자자가 매도 보고서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더 본질적으로는 해당 기업들이 싫어합니다. 매도 보고서를 쓰면 기업과의 거래가 모두 깨지기도 할 정도죠. 미국과 일본도 그런 경향은 있지만 우리나라가 유독 심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과거보다 나아졌습니다. '중립'이나 '트레이딩 바이' 등으로 우회적인 표현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말은 안 해도 실제 '매도'라는 뜻인데, 그런 것에 대해 기업에서도 어느 정도 용인하는 분위기가 됐습니다. 하루 아침에 바뀔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사회= 그렇다면 개인투자자는 증권사들의 리포트를 어떻게 이해하고 시장을 보는 안목을 어떻게 키워야 하나요?
▶홍 상무= 리포트는 그 회사의 수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로 보면 됩니다. 하지만 같은 회사라도 사람에 따라 보는 눈이 틀리겠죠. 실제 자신이 다니는 회사라도 자신있게 말하기 힘드니까요.
그러므로 한 회사에 대한 여러 보고서를 골고루 읽어보고, 거시경제를 고려해 읽어보면 충분히 시장에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센터장=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이 시간적 오차감각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의 입장에서 팁을 주자면 6개월 전의 리포트 등 예전의 보고서들을 살펴볼 것을 권합니다.
하나만 볼 게 아니라 이 애널리스트가 1년전, 6개월 전엔 어떻게 썼는가 연속적인 상황은 어떻게 되는가 살펴보고, 애널리스트의 경력에 대해서도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가치투자자의 입장에서 현재 부정적이라고 판단하는 보고서가 나오더라도 1년 후에는 좋을 것이라고 나와 있다면 매수 타이밍으로 이용해도 좋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대부분 좋다고 하는 시점에서는 오히려 리스크 관리를 하는 식으로 시장대응을 하면 어떨까 권하고 싶습니다.
또 외국계의 경우 부정적인 리포트를 내고 정작 수급에서는 외국인이 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괴리현상을 중요한 포인트로 잡고 투자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회= 두 분은 경력이 22~25년 정도로 매우 긴데, 언제쯤 시장을 보는 자신만의 눈이 생겼습니까?
▶홍 상무= 저는 거시경제를 중심으로 시장을 봅니다. 큰 흐름을 이해하는 것은 15년쯤 되면서부터 보인 것 같네요. 이는 주식투자도 같습니다. 같이 시작을 했더라도 시장의 루머만을 쫓아다니며 투자한 사람과 시장을 보는 눈을 키운 사람과는 2,3년 안에도 차이가 벌어집니다. 개별 기업은 비교적 쉬우므로 이를 먼저 집중적으로 보고 그 다음에 거시지표를 이해하면 큰 실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 센터장= 저 역시 20년쯤 되니까 시장에 겸손해진 것 같습니다.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시 지표입니다. 금리, 국제유가 등의 변수들이 어떻게 움직여서 기업의 6개월 ,9개월 후 이익에 어떻게 영향을 줄 것인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현재 인기 종목이나 정보 매매, 수급에 의한 매매는 변동성이 커서 실패할 때가 많습니다. 경기순환을 일으키는 거시 변수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미리 움직여야 합니다.
▶사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현재의 시장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개인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홍 상무=시간이 지날수록 성장률이 떨어질 것입니다. 지금은 지난해 최악의 상황으로 인해 경제지표의 착시현상이 이뤄지는 시기입니다. 성장률은 꺾였지만 전년동기에 비해서는 올라가보일 수 있습니다.
그럼 긍융위기가 끝났느냐. 다시 2000 돌파할 수 있는가.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과 지금의 차이점은 경제의 자생력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과 손실율이 크다는 것입니다. 주식만 봐서는 지수가 상당히 회복된 것 같지만 경제 전체를 보면 어마어마한 손실이 난 상태입니다.
마약 때문에 문제가 생겼는데 또 마약을 투여한 형국이라는 얘기를 합니다. 유동성과 부채가 너무 많아 생긴 문제인데 다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9~10월 중 단기고점을 찍을 것 같습니다. 내년 상반기나 2분기부터는 경기 모멘텀이 안 좋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한국이 좋아도 세계가 안 좋다면 한국도 연동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서 쓸 수 있는 정책이 과연 무엇이 있을지가 문제입니다. 정부는 돈을 풀만큼 풀었기 때문에 어려운 국면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개인은 지금 시장이 과열돼 있을 때, 주식 비중을 줄여야한다고 봅니다. 그 동안 기업이 잘해서 올라가는 경우도 있지만 해외 경쟁기업이 넘어져서 좋아진 측면도 있습니다. 이런 것이 과도하게 주가에 반영된 것 같습니다.
▶이 센터장= 저도 시각은 비슷합니다. 중국 증시의 흐름이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내년 5월 열리는 상하이 엑스포 이후 변동성이 더 심해질 것입니다. 베이징올림픽보다 상하이엑스포가 끝난 10월 이후의 전망이 중요합니다.
또한 금값도 눈여겨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금값이 1온스당 1000달러 안착되면 달러 약세가 심해지고, 원자재 등 안전자산으로 유동성이 이동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원자재 수급 변동성이 커질 것이고, 우리나라 제조업체의 원가비율도 변동될 것입니다.
금값 등 원자재 변수와 중국 수요에 의한 변수를 생각해 봐야할 시기입니다. 9, 10월에는 변동성에 대비해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우량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것을 권합니다.
▶사회=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판단합니까?
▶홍 상무=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에 과잉 부채 문제가 있습니다. 부채의 대부분이 중소기업과 자영엽인데, 지금 경기회복은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경기가 숫자적으로 좋아지고는 있지만 금리를 올리게 되면 중소기업은 경영이 안되는 상태가 일어날 것입니다.
지금은 부채가 늘었어도 금리를 내려서 실제 가계나 중소기업에서 내는 이자는 낮아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쉽게 금리를 올리지는 못할 것입니다. 정부는 출구 전략에 대한 구두 개입은 계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가 자생력을 회복하기 전까지는 실제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적다고 봅니다.
▶이 센터장= 저 역시 미국이 금리인상을 하기 전까지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 언급은 블러핑(허풍) 전략일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고, 금값 상승 등으로 인해 원자재가 하나의 투기적 상품으로 변해 변동성이 커지고 인플레이션 문제가 불거진다면, 어쩔 수 없이 관리적 수준으로 금리인상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겠지요.
대담=한경닷컴 변관열/글=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
사진=한경닷컴 양지웅 기자 yang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