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억달러 VS 95억달러.'

지난 6월 한국석유공사와 중국석유화공집단(시노펙)이 스위스 석유기업 아닥스를 인수 · 합병(M&A)하기 위해 동원한 자금의 차이는 5억달러에 불과했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자금을 끌어모은 석유공사는 첫 대형 M&A의 성공을 낙관하고 있었지만 막판에 5억달러를 더 쓴 중국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10일 기자들과 만난 강영원 석유공사 사장은 "아닥스 M&A에는 실패했지만 얻은 교훈이 많다"며 향후 다른 기업 M&A 추진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강 사장은 "M&A 대상으로 현재 5개 기업을 한꺼번에 보고 있다"며 "개별 회사로는 하루 생산량이 20만배럴에 못 미치지만 2~3개를 한번에 공략해 20만배럴이 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는 석유공사는 해외 석유기업 M&A와 유전 개발 등을 통해 현재 7만배럴인 하루 생산량을 2013년까지 30만배럴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강 사장은 "아닥스 인수전에서 자금을 90억달러까지 동원할 수 있게 돼 이제는 큰 물건을 봐도 놀라지 않는 '담력'이 생겼다"며 "다음 인수전에서도 그 정도의 자금은 필요하면 끌어들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해외 기업 M&A 과정에서 걸림돌이 됐던 자금 동원 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됐다는 의미다.

그는 "직원들에게 '석유공사가 정말로 사랑받는 공기업이 되려면 하루 30만배럴이 아니라 국내 석유 수요량의 40% 정도인 100만배럴은 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내 임기 중에 회사를 하루 100만배럴로 키울 수 있는 기틀은 마련해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추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이라크 쿠르드 지역의 바지안 광구 시추 계획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강 사장은 "이달 말부터 3000만달러를 들여 한 곳에 시추공을 뚫을 것"이라며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결과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장량 13억배럴로 추정되는 바지안 광구는 석유공사가 50.4%,SK에너지 15.2%,대성산업 7.6% 등 국내 기업들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내년엔 쿠르드 지역에서 추가로 2~3곳을 시추할 계획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