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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레로 본 차이코프스키, 삶과 죽음의 화려한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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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차이코프스키는 작곡에서는 한껏 재능을 펼쳐보였지만 삶에서는 마음껏 욕망을 분출하지 못했다. '백조의 호수''잠자는 숲속의 미녀''호두까기 인형''에브게니 오네긴' 등 많은 걸작을 남긴 위대한 작곡가는 남들에게 대놓고 털어놓지 못할 비밀을 안고 있었다.

    국립발레단이 1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리는 '차이코프스키;삶과 죽음의 미스터리'는 차이코프스키의 비극적인 삶을 조명하는 작품이다. "위대한 작곡가가 왜 비극적인 음악을 작곡했는가?"란 궁금증을 품었던 러시아 안무가 보리스 에이프만은 차이코프스키가 '고통받은 영혼'이었다는 점을 알아냈다. 그래서 그가 안무한 이 발레는 차이코프스키에 대한 전기가 아니다. 그의 마음속 비밀을 캐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1993년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발레극장에서 작품을 초연했을 때에는 위대한 작곡가를 폄훼하는 내용이라며 공연을 중단하라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작품은 차이코프스키의 삶과 죽음의 미스터리란 바로 충족되지 못한 욕망이라고 말한다. 차이코프스키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발레에는 차이코프스키와 그의 분신,그를 속박하는 아내 밀류코바와 후원자 폰 멕 부인,그리고 동성애적 갈망을 상징하는 왕자 등이 등장한다.

    작품에서 차이코프스키는 창작의 고통보다 동성애의 유혹을 뿌리치는 일에 더 시달린다. 주위의 의혹을 피하기 위해 밀류코바를 내키지 않게 아내로 맞아들였지만,이는 고난의 시작이었다. 1막 결혼식 장면에서 신부 밀류코바가 쓴 흰 베일이 차이코프스키의 몸을 옥죄는 장면은 비극적인 결혼생활을 암시한다. 폰 멕 부인의 든든한 후원도 차이코프스키의 고통을 덜어주지는 못한다.

    2막에서 차이코프스키는 결국 동성을 향한 갈망을 드러낸다. 차이코프스키의 분신이 왕자를 유혹하려 하지만 왕자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아름다운 소녀와 함께 춤을 추며 떠나버린다. 욕망을 채우지 못한 그는 대신 도박과 술에 빠져들며 서서히 죽음을 향해 다가간다.

    9일 오후 언론시연회에서 차이코프스키 역을 맡은 블라디미르 말라코프는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특히 차이코프스키와 그의 분신이 선보이는 2인무나 다른 남성과의 춤은 매우 탐미적이다. 2막 도박판 장면에서 탁자를 이용한 안무도 인상적이며,발레리노들이 펼치는 군무는 남성적인 힘이 넘친다.

    차이코프스키 역은 말라코프 · 김현웅 · 이영철,분신 역은 알렉세이 투르코 · 이동훈 · 장운규,밀류코바 역은 나탈리아 포보로지뉴크 · 김주원 · 김지영,폰 멕 부인 역은 최리나 · 유난희 · 장우정,왕자 역은 박귀섭 · 정영재 · 윤전일이 캐스팅됐다. (02)587-6181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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