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삐딱했던' 재범, 연습생-> 팀 리더-> 영화같은 탈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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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비하 발언으로 그룹 2PM에서 전격 탈퇴,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전격 출국한 재범과 관련해,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이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박진영은 10일 JYP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재범의 과거, 현재, 그리고 그의 성격 등 솔직한 발언이 담긴 장문의 글을 남겼다.
박진영은 '박재범을 데뷔시킨 이유'를 언급하며 "재범이가 4년 전에 친구에게 썼던 글이 공개되면서 많은 분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물론 너무나 충격적인 글들이다. 나 역시 다른 연예인이 그런 글을 썼다고 한다면 엄청난 분노와 배신감을 느꼈을 것 같다. 그러나 나처럼 재범이를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들은 그 글들이 그렇게 놀랍지 않다. 왜냐하면 우린 재범이가 그런 아이였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과거 그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이어 "4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재범이는 참 불량스럽고 삐딱한 아이였다. 그는 한국을 우습게 보고, 동료 연습생들을 우습게 보고, 회사 직원들을 우습게 보고 심지어 나까지도 우습게 보는 아이였다. 심지어 그는 연예인이란 직업도 우습게 보는 것 같았다. 그는 연예인보다는 길거리에서 춤추는 비보이를 훨씬 더 하고 싶어하는 아이였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무엇보다 우리를 놀라게 했던 건, 성공할 자신이 있냐는 질문에 "박진영씨의 음악만 받지 않으면 성공할 자신 있다"고 대답한 것이었다. 상황이 이 정도였으니 그 당시 자기 친한 친구에게 쓴 사적인 글에 그 정도의 말들이 들어있었다는 것이 그릴 놀랍지 않은 것이다"라고 그의 성품에 대해 말했다.
박진영은 그런 박재범을 데뷔시킨 이유와 관련해, "난 불량스러운 아이들을 좋아한다. 겉으로는 착한 척하면서 뒤로는 계산적인 생각을 하는 음흉한 아이들은 싫지만, 겉으로 대놓고 삐딱한 아이들은 좋다. 감정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기만 하면 그건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재범이는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을 우습게 봤고 겉으로도 그렇게 표현했다. 그게 좋았다"라고 각별함을 전했다.
이어 "재범이에게 이 세상엔 두 가지 부류의 사람만 있었다. 자기 가족과 자기 가족이 아닌 사람, 그는 내가 본 누구보다도 자기 가족을 끔찍히 아낀다. 그가 때로는 인터뷰에서 든 얘기를 한 이유는 자기가 멋진 차, 멋진 옷을 가지고 싶어서가 아니다. 오로지 힘들게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쉬게 해 드리고 싶어서이다. 그게 그를 가수라는 직업으로 이끄는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연습했다. 태도는 불량했지만 연습량 만큼은 최고 였다"라고 연습벌레 박재범을 회상했다.
특히 "재범이는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했다. 얼굴 잘생겨서 뽑혔다고 무시하고 놀리던 동료들을 껴안기 시작했고, 회사 직원들과 사적인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으며 무대에 서는 걸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의 삐딱했던 표정은 밝아져갔고 그의 춤과 노래는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난 드디어 그의 데뷔를 결정했고 팀의 리더로 그를 선정했다. 나머지 6명도 그를 진심으로 믿고 따랐다. 데뷔 후 그는 아무리 늦게 끝나도 동생들을 데리고 와서 연습을 했고, 항상 자기 자신보다는 동생들을 먼저 생각했다"라고 팀리더까지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제 막 행복해지려고 할 때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의 4년 전 삐딱했던 시절의 글들이 공개된 것이다. 그는 너무나 미안해했다. 2PM 동생들에게, 나에게, 회사 직원들에게, 팬들에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를 따뜻하게 받아주고 아껴주었던 한국 사람들에게, 여기서 자기가 더 망설이면 2PM 동생들까지 미워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라면서 팀 탈퇴를 결정한 이유를 전했다.
그의 뜻을 잘알기에 잡을 수 없었다는 박진영은 "내가 그였어도 똑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떠났다. 나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이메일에 그는 '저 예전에 진짜 싸가지 없는 놈이었죠? 미안해요. 형 때문에 삶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전 훨씬 나은 사람이 되었고 또 훨씬 강해졌어요. 그동안 날 위해 해준 것들 진심으로 고마워요' 라고 썼다. 너무 가슴이 찢어지듯이 아팠다. 하지만 재범이의 예전 글들을 접한 대중들이 느꼈을 어마어마한 배신감도 알기에 함부로 말을 할 수 없었다"라고 팀 탈퇴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공개했다.
박진영은 논란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마지막으로 "내가 자신있게 할 수 있는 말은 여러분들이 TV에서 본 재범이의 모습은 가식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재범이는 불량하긴 했어도 음흉했던 적은 없다. 여러분들의 분노를 돌리기 위함이 아니다. 다만 행여 재범이가 어디가서 차가운 눈길 만큼은 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썼다. 중요한 것은 2PM으로서의 박재범이 아니라 청년 박재범인 것 같다.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인 것 같다. 재범이의 결정을 존중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한편, 재범은 지난 2005년 미국의 마이스페이스에 한국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네티즌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8일 팀 탈퇴를 결정했으며 반나절이 지난 후인 이날 오후 6시 30분 미국 시애틀행에 몸을 실고 가족이 있는 곳으로 홀연 떠났다.
뉴스팀 김명신 기자 s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