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처럼 양말도 내가 찾기 전에 알아서 꼬박꼬박 배달되면 얼마나 좋을까?' 꽤 많은 남성 직장인들이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남성들은 정장을 입을 때면 검정색 양말을 많이 신는다. 그런데 매일 신다 보니 발가락 끝이나 발꿈치 부분이 헤지기 쉽다. 한쪽 양말에 구멍이라도 뚫리면 나머지 한쪽도 버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빨고 나서 짝을 맞춰 두는 것도 귀찮은 일이다.

이 같은 '귀차니즘'에 빠진 현대 남성들을 구원해 준 기업이 있으니 검정 양말을 정기적으로 배달해 주는 블랙삭스닷컴이다. 1999년 7월 설립된 이 스위스 기업의 사업 모델은 단순하다. 소비자는 인터넷으로 4개월마다 3켤레 또는 6개월마다 3켤레,혹은 한번에 10켤레가 배달되는 서비스 중 하나를 선택해 주문한다.

양말의 색깔은 검정색뿐이고 소재와 디자인도 모두 같다. 대신 길이만 발목 위로 올라오는 것,무릎까지 올라오는 것,복사뼈가 보이는 짧은 것 등 3가지다. 종류별로 발의 크기에 따라 7가지 사이즈로 나뉘어 있다. 새미 리히티 블랙삭스닷컴 창립자는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얻었을까?

1994년 광고회사에 다니던 그가 일본 고객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 중요한 미팅이라 넥타이 셔츠 구두까지 꼼꼼히 신경을 쓰고 나갔다. 하지만 문제는 예상치 못한 데서 발생했다.

미팅 후에 고객과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일본식 찻집에 가게 된 것.당시 그의 양말은 짝이 맞지 않은 데다 발가락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찻집에서 그의 신경은 내내 양말에 쏠렸다. 리히티는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문제로 곤욕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양말 배달사업'을 착안해 냈다. 결과는 어땠을까? 많은 신생 닷컴 기업들이 맥을 못 추고 실패하던 2000년에도 이들은 승승장구했다. 3명의 직원으로 4개월 만에 100만스위스프랑(약 6억8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당초 1년 목표였다. 이후 이들은 B2B 판매를 통해 고객 수를 늘려나갔다. 수많은 고객과 만나야 할 일이 많은 세일즈맨들의 조직을 타깃으로 했다. 스위스의 GE캐피털이나 스위스 금융그룹인 UBS 직원들이 이들의 서비스를 이용했다.

2008년에는 양말 누적 판매량이 100만켤레를 넘어섰고 미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지금은 5만명 이상이 블랙삭스닷컴에서 양말을 '정기 주문'하고 있다. 양말의 성공을 바탕으로 이들은 2007년 속옷과 기본 티셔츠로 품목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

이런 성공에도 불구하고 리히티는 주식 상장이나 사업의 급격한 확장에 매우 조심스럽다. 그의 신념인 '단순하게 하라(Keep it simple)'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다. 일상에서 접하는 문제를 잘 관찰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최대한 단순화시켜 생각해보자.'가장 불편했던 것이 뭐더라?' 새로운 틈새시장이 눈에 보일 것이다.

조미나 IGM(세계경영연구원) 상무/윤혜임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