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코스닥 지수가 520대에 안착하고 있는 가운데 주가 상승과 별도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코스닥기업들이 융통어음을 들고 명동시장을 찾고 있다.

기업신용정보제공업체인 중앙인터빌(http://www.interbill.co.kr)은 9일 "단기 유동성에 빠진 일부 코스닥 기업들이 영유 업종과 상관없는 기업들과 어음 교환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들 코스닥 기업들의 어음은 물품 매매로 주고받는 진성어음을 가장한 융통어음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명동시장에는 업종상 관련이 없는 기업들의 어음이 제2, 제3의 손을 거쳐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명동의 한 어음중개 사무실에 부동산 광고 E기획사 명함을 제시하는 두 사람이 방문했다. 이들은 코스닥상장사 A사로부터 물품대금(진성어음)으로 10억원의 어음을 받았다며 할인 가능여부를 타진해왔다.

이들은 추가 서류로 발행사 대표이사의 어음발행 확인서와 이사회회의록 등을 제시하며, 이런 증명을 할 수 없는 A사의 어음은 모두 융통이거나 위변조 어음일 것이라는 추가 설명을 겯들였다.

그러나 어음 중개인은 할인을 거절했다. 정상적인 진성어음이라면 세금계산서와 배서자의 사업자등록증만 제시하면 됨에도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는게 의심을 들게 했기 때문이다.
또 그들의 말은 곧 같은 회사의 어음이 더 돌고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아울러 진성어음의 경우 보통 000억0000원 형식을 띄지만 고액의 융통어음은 천만원, 억원 단위로 끝자리가 끊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이들이 들고 온 어음은 리스크가 큰 융통어음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추가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이런 융통어음은 일반적인 융통어음보다 더 위험성이 크다는 게 어음 중개인들의 전언이다.

특히 E광고기획사 명함을 제시한 그들이 내민 어음 가운데는 E기획사와는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코스닥 B사, C사도 포함돼 있었다.

지난 2006년까지는 고정 발주물량으로 인해 안정적인 성장을 해온 A사는 2007년 해외자원 개발사업을 진행한다는 발표를 하고 나서 회사의 경영체계는 급변하기 시작했다. 2007년부터 2009년 7월까지 해외 자원 개발에 투자된 비용만 200여억원인데 모두 외부차입금이다. 이미 장단기 외부차입금의 규모가 연매출을 넘어섰으며, 차입금의 증가에 따라 부채비율과 이자비용이 동시에 증가했다.

중앙인터빌 기업부설연구소 백재영 과장은 "어느 기업체든 신규사업을 추진할 때 고정 매출과 안정적인 순이익이 발생하는 범위 안에서 추진해야 하지만 일부 기업의 경우 무리한 차입경영과 문어발식 자회사 설립 등 비정상적인 경영방식으로 신규사업을 추진해 문제를 일으키는 경향이 많다"고 말했다.

백과장은 "특히 명동에서 물품대금을 가장한 융통어음이 돈다는 것은 과거 데이터를 통해 볼 때 향후 경영상 큰 변화를 겪을 수 있는 회사임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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