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지난해 가을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국제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시장을 떠났던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외환투자를 하는 일본 주부들을 통칭)'들이 되돌아오고 있다. 와타나베 부인들은 지난 수년간 엔캐리 트레이드(저금리 엔화자금으로 고수익 외화에 투자하는 거래)를 주도해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와타나베 부인들의 주요 외환투자 수단인 FX(외환증거금)거래의 증거금 잔액이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7일 보도했다. 도쿄금융거래소의 주요 FX거래 중개회사 10곳의 증거금 잔액 합계는 지난 7월 말 현재 3250억엔(약 4조2300억원)에 달했다. 리먼 사태 이후 급감했던 지난해 10월 말 수준에 비해 27%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9월 리먼 사태 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선 안전자산으로 여겨진 엔화 매입이 급격히 늘어 엔화 가치가 급등했다. 당시 엔을 팔아 고수익이 기대된 호주 달러 등 자원국 통화를 주로 샀던 와타나베 부인들은 엔고로 큰 손실을 봤다. 타격을 입은 와타나베 부인들이 시장을 떠나면서 지난해 10월 말 FX 거래 증거금 잔액은 같은 해 8월 말에 비해 27% 감소한 2570억엔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단기적인 환율변동 차익을 노린 와타나베 부인들이 속속 귀환하고 있다. 이들은 여전히 호주 달러 등 자원국 통화 등에 주로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지난 7월 말의 증거금 잔액은 지난해 8월 말과 비교해선 여전히 10% 정도 적은 상태다. 세계 각국이 경제위기 대책으로 기준금리를 인하,국내외 금리차가 축소되면서 차익을 겨냥한 투자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일본 정부가 내년 여름부터는 증거금의 최대 수백배까지 투자가 가능했던 FX거래의 투자배율을 증거금의 25배로 제한키로 해 FX거래액이 계속 늘어날지도 불투명하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