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상대로 안 좋다는 말도 한두 번이지... 요즘 정말 힘듭니다"

현직 증권사 조선 담당 애널리스트인 A씨. 이 애널리스트는 최근 깊은 자괴감에 빠져 있다.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조선업종 상장사들의 주가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나 펀드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조선업종에 대한 현재 상황과 향후 전망 등을 설명해야 하는 그로서는 설명회 자리에 불려나갈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그는 "코스피 지수가 1600까지 단숨에 올라오면서 자동차와 정보기술 관련주들은 사상 최고가로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 반면 조선주들은 오히려 코스피 수익률을 밑돌고 있다"며 "문제는 경기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컨테이너선박 수주가 거의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조선업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조선 대표주 현대중공업의 주식시장 내 위상 추락만 보더라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금세 알 수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자산총액 상위 10대그룹 중 9개그룹의 시가 총액은 증가했지만 유일하게 현대중공업만 뒷걸음질 쳤다.

지난 4일 현재 삼성그룹 계열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이 191조311억원으로 지난해 말 117조4952억원보다 62.59% 증가하면서 1위 자리를 고수했고, LG그룹도 74조9981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78.90% 증가하며 2위를 차지했다.

3위인 현대차그룹은 시가총액 증감률 기준 순위에서만 보면 LG와 삼성을 누르고 1위에 올라섰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6.04%(1조780억원) 줄어든 16조7840억원으로 10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하락세를 나타냈다.

코스피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서도 현대중공업은 7일 오후 현재 14조1740억원으로 8위에 랭크돼 있고, 이 자리마저도 13조8000억원대를 기록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와 LG, 현대모비스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

조선 '빅3'중 하나인 삼성중공업은 최근 이미 체결됐던 1만26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8척 계약 중 4척을 8000TEU급 5척으로 선형과 척수를 변경하게 됐다며 암울한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회사 측은 이번 계약 변경으로 계약금이 1880만달러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다른 조선 담당 애널리스트는 최근들어 대형 조선사의 상선 신규수주 바닥이 확인되고는 있지만 큰 모멘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상장 조선사의 상선 수주 시작과 클락슨 선가 인텍스가 바닥을 확인하고 있는 것은 큰 변화이기는 하지만 선가 수준이 낮아 당분간 주가에 큰 모멘텀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호주 고곤 프로젝트(Gorgon Project)의 환경승인이 통과됨에 따라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가뭄이 해소될 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고곤 프로젝트의 총 사업규모는 52조원 수준으로 이중 한국 조선업체는 일부 모듈형태를 공급함으로써 2조5000억원에서 3조1000억원 이상을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3월 초 4개 플랜트 모듈 입찰에 참여한 상태다.

한편 7일 오후 2시21분 현재 현대중공업은 전 거래일보다 1.06% 내린 18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고,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