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중국을 제외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신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샴페인을 터트리기엔 너무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무엇보다 취약한 것은 설비투자다. 지난 2분기 설비투자는 1분기에 비해 10.1% 증가했지만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 설비투자가 워낙 큰 폭으로 감소한 영향이 크다. 실제 설비투자는 지난해 3분기 0.2%의 증가세를 기록한 이후 4분기 -14.2%,올 1분기 -11.2%를 나타냈다. 단순하게 계산해서도 25%는 감소한 셈이다. 여기서 10% 증가했다고 해서 예전 수준을 회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은이 분석한 수치도 2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2분기에 비해 15.9%나 감소했다.

경제가 회복되고는 있지만 앞으로 설비투자가 예전처럼 회복될지도 불투명하다. 삼성경제연구소가 500개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올 하반기 기업의 경영성과가 바닥을 친다 하더라도 설비투자를 동결할 것이란 대답이 67.6%에 달했다. 설비투자가 정체 상태에 빠지면 고용과 소득의 정체→소비 증가 기대난→제자리 성장률 등으로 우리 경제는 '정체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마치 '잃어버린 10년의 일본'을 닮아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예상 외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국민소득의 가파른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향후 성장률 전망치를 높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정영택 한은 국민소득팀장은 "2분기 성장률이 2.6%로 높게 나타났지만 하반기 성장률은 상반기에 비해 0.3% 증가할 것이란 당초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우려는 대외 변수다. 2분기 한국 경제의 성장에 대한 기여도는 수출이 50%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 2분기 성장기여도도 수출이 50%나 차지했다. 하지만 미국이 3분기 깜짝 성장을 하고 난 뒤 4분기부터는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란 게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 역시 정부가 과잉 생산과 자산가격 급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경기부양책을 조절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분기의 가파른 성장은 환율 경기부양책 저유가 중국수출 등의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데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가 유지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제 유가는 최근 들어 배럴당 70달러를 오르내리고 있는 데다 향후 글로벌 경기가 나아지면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우리 경제에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