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강 스틱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지난달 26일 중동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주 일정의 이번 출장에서 임 대표는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등 중동국가 왕족 등 '큰 손'들과 연쇄접촉,투자유치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해외펀딩을 받기 위해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는 임 대표는 지금까지 인천공항 출국장에 들어설 때마다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을 느꼈다. 지금까지 9500억여원의 외자 유치 실적을 올린 스틱인베스트먼트지만 운용기간이 최소 5년을 넘는 펀드에 투자할 해외자금을 끌어오는 것은 늘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 출장을 떠나는 임 대표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미리 국내에서 청와대 중소기업청 등의 지원사격을 받아 임무를 완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였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지난 7월 중순께 2명의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자들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들은 지난 3년 동안 스틱인베스트먼트를 예의주시하며 뜸만 들이던 잠재적 투자자들.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부회장은 절호의 기회로 판단,청와대와 중기청 등에 'SOS'를 보냈다. 정부의 실무책임자들이 이들을 만나만 줘도 태도가 바뀔 것으로 예상했다.

막상 이들을 만난 사람은 홍석우 중기청장과 권혁세 금융위원회 사무처장.홍 청장과 권 처장은 이들에게 "한국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털인 스틱이 망한다면 국내 모든 벤처캐피털이 망한다고 봐야 한다"는 취지로 투자를 권유했다는 후문이다. 송종호 청와대 중소기업비서관도 이들을 청와대에 초청해 국내 벤처캐피털에 대한 정부 지원 의지를 확인시켜줬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고위층의 화끈한 '립서비스'에 힘입어 이번 투자유치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3억~4억달러의 중동계 자금을 끌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벤처캐피털들은 대부분 정부 출자의 모태펀드에 의존하는 등 '글로벌 스탠더드' 기준으로 보면 '우물안 개구리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해외자금 유치실적이 중요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지원군으로 나서 벤처캐피털의 해외펀딩에 힘을 보탰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손성태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