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관련 산업이 사양 산업이라고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으로 하는 신발봉제업이 사양산업이지 신발소재산업은 부가가치가 큰 첨단부품소재 산업입니다. "

신발 및 산업용 고무,피혁 소재 연구기관인 한국신발피혁연구소 유종선 소장은 30일 기자와 인터뷰를 갖고 "세계적인 신발 메이커인 아디다스와 나이키 등으로부터 소재 개발을 요청받을 정도로 우리 연구소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연구소는 이달 초 우편집중국의 편지분류기에 쓰이는 고무부품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뒤 우정사업본부와 공급 조건을 타진하고 있다. 이 부품은 개당 5000원으로 이전에는 전량 일본 수입에 의존했었다. 연간 국내 소비량은 10만개에 달한다. 유종선 소장은 "개당 500원 정도에 공급될 전망"이라며 "자동차 밸브 및 타이어류,의료기기 등 수입에 의존하는 산업용 부품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의 최우선 과제는 다양한 신발밑창용 신소재 개발.최근 연구소는 1년간 약 5000만원을 투입해 기존의 스펀지 신발밑창보다 경도가 30% 이상 낮아 부드러운 착용감을 갖는 데다 탄성은 20% 이상 높은 신소재를 개발해 국내 신발제조회사인 에이스월드에 기술을 이전했다. 회사는 이를 이용한 실내용 신발을 제작해 동유럽 일부 국가에 수출하기로 지난 6월 말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지난 8월까지 300만달러어치인 36만켤레를 수출했다. 올해 약 400만켤레가 수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수백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두고 있는 산업용 고무제품 개발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연구소는 2006년 삼성전자에 납품되는 휴대폰 키패드용 고무패드를 비롯해 개당 80만원을 주고 연 4000개씩 전량 독일에서 수입하던 군함 기관총 방진고무인 쇼크마운트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수입산의 10분의 1 가격으로 대우조선에 공급되고 있다.

1987년 설립된 한국신발피혁연구소는 지식경제부가 출연해 만든 신발 및 산업소재용 고무 및 피혁 전문 연구기관이다. 국책연구를 포함해 연간 약 90억원의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있다. 국내 156개 기업과 기술 MOU를 맺고 있기도 하다. 연구소의 신소재 관련 특허는 250여개에 달한다.

유 소장은 "국내 신발 관련 부품 소재 기업들의 매출은 약 50억달러에 달하는 것에 비해 신발 OEM기업의 매출은 4억여달러에 불과한 현실을 감안해 보면 부품소재산업의 장기육성책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중국이나 베트남 등 시장후발주자들과의 격차를 벌려 나가기 위해 고무,피혁으로 만든 소재 및 부품이라면 무엇이든지 개발해 국내 기업에 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