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아반떼가 독주하던 준중형차 시장에 아연 전운이 감돌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뉴 SM3가 도전장을 내밀고 나섰기 때문이다. 뉴 SM3는 유려한 디자인과 첨단 편의장치를 갖추고 바람몰이를 하고 있다. 두 달여 동안 누적 계약대수가 2만7000여대에 달할 정도다. 물론 아직은 월드 베스트셀링 모델인 아반떼의 아성이 철옹성처럼 공고하다. 현대차는 뉴 SM3의 돌풍도 찻잔속의 태풍쯤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뉴 SM3의 돌풍이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 않아 준중형차의 맞수 싸움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실내공간ㆍ편의 뉴 SM3 '우세'

외형만 놓고 보면 뉴 SM3가 아반떼보다 더 크다. 동급 최대다. 뉴 SM3의 모토가 '중형차 같은 준중형차'인 이유다. 길이가 4620㎜인 뉴 SM3는 아반떼(4505㎜)보다 115㎜나 길다.

뉴 SM3의 축거(앞뒤 바퀴 간 거리)는 2700㎜다. 아반떼보다 50㎜ 길다. 축거는 실내공간 크기를 좌우하는 기준이다. 특히 뉴 SM3의 뒷좌석 무릎 공간에 여유가 있다. 뒷좌석 레그룸 너비가 239㎜에 달한다. 중형 세단 수준의 여유를 자랑한다. 뒷좌석 등받이 각도 역시 27도로 착석감이 좋은 편이다.

변속 성능을 비교해도 뉴 SM3가 아반떼보다 낫다. 닛산의 무단(X트로닉) 변속기를 장착한 덕분이다. 주행감이 좀 더 부드럽다. 반면 아반떼에는 4단 자동변속기가 채택됐다.

첨단 편의장치는 뉴 SM3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다. 안락한 주행 편의를 위한 장치가 적지 않다. 뉴 SM3의 공차 중량이 아반떼보다 59㎏ 무거운 이유다.

뉴 SM3에는 비접촉식 문열림 장치(매직 핸들)가 달려 있다. 운전자가 손잡이를 잡는 즉시 앞문에 부착된 적외선 센서가 손의 움직임을 감지해 자동으로 열어준다. 운전석 및 조수석 온도를 독립적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좌우독립 풀오토 에어컨 시스템을 통해서다.

뉴 SM3는 준중형급 최초로 운전석 파워시트 및 보스 프리미엄 오디오를 달았다. 사이드 미러를 자동으로 접고 펼 수 있다. 블루투스 MP3 스트리밍 및 오디오 리모컨 등도 갖췄다. 사소하지만 없으면 불편한 기능들이다. 뉴 SM3가 아반떼의 틈을 더 헤집고 들어갈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양들이다.



힘과 연비는 아반떼 '탁월'

2010년형 아반떼의 최대 장점은 첫 모델 출시(1995년) 후 14년 역사를 가진 장수 차량이란 점이다. 그만큼 수많은 검증을 거쳤다는 얘기다. 그동안 국내에서만 142만여대가 팔려 나갔다.

해외에서는 더 인정받는 모델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기관인 JD파워의 2009년 신차 품질조사에서 아반떼는 도요타 등 경쟁 차종을 제치고 준중형차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아반떼는 뉴 SM3보다 힘이 세다. 두 차의 최대 토크가 15.9㎏ · m로 같지만,아반떼의 최고 출력이 뉴 SM3보다 12마력 앞선다. 비교 시승해보면 느낄 수 있는 정도다. 그럼에도 공인 연비는 아반떼가 ℓ당 0.2㎞ 낫다. 아반떼는 특히 경제운전 영역을 표시해주는 경제운전 안내장치를 달았다.

아반떼에 장착된 멀티링크 후륜 서스펜션은 뉴 SM3의 토션빔 후륜 서스펜션보다 낫다는 평가가 많다. 멀티링크 방식이 요철 등을 달릴 때 승차감 면에서 우월하기 때문이다.

기본형 모델의 가격도 아반떼가 좀 더 경쟁력이 있다. 아반떼 기본 가격은 자동변속기를 포함해 1337만원인 데 비해 뉴 SM3는 1460만원이다. 다만 최고급 가격의 경우 아반떼가 조금 더 비싸다.

아반떼는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 사용하는 하이패스 시스템을 'S16 프리미어' 모델부터 기본으로 적용했다. 또 후방카메라를 달아 운전자가 룸미러 등의 화면을 보면서 손쉽게 주차할 수 있도록 했다. 자외선 전면 차단유리를 장착했다. 모두 뉴 SM3에는 없는 장치다. 강력한 힘과 좋은 연비,저렴한 가격.아반떼가 수성을 자신하는 이유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