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제지, 한국제지, 무림페이퍼 등 국내 대표 제지업체 빅3 주가가 6년 만에 '봄'을 맞았다. 지난 해 상반기까지 5년 동안 지속된 수익성 하락기가 끝나고 본격 'V'자 회복기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의 주가도 26일 장중에 일제히 연중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실적과 업황 개선을 호재로, 소리 소문 없이 상승중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제지업계가 당분간 6년 만에 찾아온 봄을 제대로 만끽할 것"이라며 주가 전망을 밝게 했다.

한국제지가 선두주자

최근 들어 가장 큰 폭의 주가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제지주는 한국제지다. 한국제지는 이날 1.47% 떨어진 4만7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그렇지만 장중 한때 올들어 가장 비싼 가격인 4만8400원까지 올랐었다.

한국제지 주가는 지난 3월 이후 105%나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51% 상승한 것에 비하면 두 배가 이상 높은 상승률이다.

한솔제지와 무림페이퍼도 이날 나란히 연중 최고가를 새로 썼다. 두 회사는 3월 이후 각각 63%, 56% 올라 시장수익률 대비 긍정적인 주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주요 수급(수요와 공급)의 주체인 기관투자가들이 한달 내내 집중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이목을 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지난 한달간 한국제지 주식을 91억원 어치 사들였다. 한솔제지도 311억원 어치를 순매수했고, 무림페이퍼는 33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다솔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그 동안 기관으로부터 소외받던 제지주들이 최근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면서 "특히 7~8월 중 제지주가 강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기관투자자들이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승 추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2007년 상반기까지 5년간 지속된 수익성 하락의 시기가 끝나고 이제 본격적인 V자 회복이 시작됐다고 분석되기 때문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한국제지에 이어 한솔제지, 무림페이퍼가 주가 따라잡기를 하고 있는 양상"이라며 "어느 한 종목에 호재가 집중된다기보다는 전체적인 업황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빅3 종목이 시간차를 두고 고른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구조조정 끝...수익성 회복 시작

그 동안 제지업종 부진의 이유는 펄프가격이 오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공급 과잉으로 제품 가격을 인상하지 못한 데 있다.

이에 2007년부터는 계성제지가 41년만에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남한제지 역시 전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는 등 업계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2007년 진주공장을 폐쇄한 아트원제지는 올해 2월 한솔제지에 인수됐다.

김미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지업체들의 뼈아픈 구조조정을 통해 인쇄 내수시장이 메이저 3사로 재편된 이후 가격이 정상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 기대

업황 개선은 실적에 뚜렷히 반영됐다.

한국제지는 2분기 매출액이 1553억원, 영업이익은 26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9%, 189% 증가했다.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이다.

무림페이퍼도 2분기 영업이익이 128% 증가했고, 상반기로는 영업이익 454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한솔제지는 2분기 영업이익이 37% 감소했지만, 현금흐름 위험회피 회계적용에 따라 차감된 매출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7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효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인쇄용지 업체들의 구조조정으로 가격 결정력이 상승하면서 하반기에도 제품가격이 탄탄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며 "실적 호조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