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3년에 걸쳐 28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신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투싼ix'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외관은 SUV 특유의 딱딱한 느낌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유선형의 쿠페 느낌을 살렸다. 연료 효율도 ℓ당 15.4㎞로 국내 SUV 차량 중에서는 최고다. 현대차는 성능 면에서 폭스바겐 '티구안',닛산 '무라노' 등 동급의 수입차에 뒤지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자신감이 대단하다. 가격은 디젤 모델(2륜구동)이 2135만~2700만원,가솔린 모델은 1870만~2400만원이다.

◆현대차 '패밀리 룩' 입은 첫 양산 모델

투싼ix의 최대 관심거리는 확 바뀐 외형이다. '성형 수술'로 치면 손을 안 댄 부위가 없을 정도다. 정면은 육각형의 대형 그릴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헥사고나 그릴'로 불리는데 현대차는 이를 '패밀리 룩'으로 정했다. 투싼ix가 현대차 패밀리 룩을 입은 첫 번째 양산 모델인 셈이다.

옆 라인은 SUV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선형의 곡선이 돋보인다. 헤드 램프도 이에 맞춰 살짝 올라간 미인의 눈꼬리처럼 세련됐다. 유선형 램프는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드 스컬프처(fluid sculpture · 흐르는 물 같은 조각이란 뜻)'를 완성하는 '화룡점정'이다.

◆SUV 최강의 연비

투싼ix에 장착된 디젤엔진은 현대차가 순수 독자 기술로 개발한 것으로 쏘렌토R,신형 싼타페 등에도 탑재된 'R엔진'이다.

최고 출력 184마력(4000rpm)에 최대 토크도 40㎏ · m(1800~2500rpm)에 달한다. 동급 디젤인 폭스바겐 티구안의 2.0 TDI 엔진이 최고 출력 140마력,최대 토크 32.6㎏ · m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가 "수입차와 비교 시승 행사를 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일 만하다.

디젤 모델은 유럽의 배기가스 규제인 '유로5'를 만족시킨다. 뿐만 아니라 저공해차로 인정받아 경유차 환경개선부담금을 5년간 면제받는 등 친환경성까지 갖췄다. 가솔린 모델에는 2.0 쎄타Ⅱ 엔진을 장착했다. 최고 출력 166마력,최대 토크 20.1㎏ · m의 동력 성능에 연비는 ℓ당 11.7㎞(2륜구동 · 자동변속기 기준)다.

◆첨단 편의사양

편의장치들도 어지간한 고급 세단 뺨친다. 4륜 구동 X20을 제외한 전 모델에 차체 자세제어 장치를 적용했다. (오프로드용 4륜 구동은 자세제어 장치가 없는 것이 오히려 험로에서 차를 다루기 편하다. )급커브를 만나거나 빗길에 차가 흔들려도 어지간해서는 차가 뒤집힐 일이 없다.

급경사나 언덕길을 주행할 때 안정성을 확보해주는 경사로 저속주행장치(DBC)와 경사로 밀림방지장치(HAC)까지 추가했다. 예컨대 급경사를 내려올 때 브레이크를 너무 세게 밟으면 핸들을 통제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이런 사고를 방지해주는 장치다.

다른 편의사양도 많다. 급제동 상황이 발생하면 제동등을 점멸,후방 차량에 위험을 알려주는 급제동 경보시스템(ESS)도 갖추고 있다. 루프 전면에 강화유리를 적용한 파노라마 선루프,하이패스 시스템과 후방디스플레이 모니터를 ECM 룸미러에 통합한 통합형 ECM 룸미러 등 고급 사양들이 대거 적용됐다. 현대차는 동력계통에 대한 보증기간을 기존 3년 6만㎞에서 5년 10만㎞로 확대하기로 했다.

가격은 디젤 모델(2륜 구동 · 자동변속기 기준)이 △X20 디럭스 2135만원 △LX20 럭셔리 2390만원 △LMX20 프리미엄 2700만원이다. 가솔린 모델은 △X20 워너비 1870만원 △LX20 럭셔리 2085만원 △LMX20 프리미엄 2400만원이다.

◆글로벌 시장 100만대 투싼 신화 잇는다

'투싼'이라는 차명은 미국 애리조나주 남동부에 위치한 쾌적한 기후의 천연 관광도시에서 따왔다. 신형 투싼은 글로벌 시장에서 100만대 이상 판매한 투싼의 신화를 이어받는다는 의미에서 이름을 그대로 쓰되 'ix'라는 단어로 새로운 느낌을 가미했다. 'i'는 inspiring(영감을 주는),intelligence(총명),innovation(혁신) 등 첨단 이미지와 함께 나(I)를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젊은 세대를 상징한다. 'x'는 CUV에서 따왔다. 영어권에서는 크리스마스(Christmas)를 흔히 X마스로 부른다는 데 착안했다.

현대차는 20~30대의 젊은층 고객을 중심으로 투싼ix의 도시적이고 유행을 선도하는 트렌디한 브랜드 이미지를 적극 알려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올해 국내 시장에서 1만6000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내년에는 연간 4만대 판매 목표를 세웠다. 아울러 9월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임으로써 글로벌 시장 데뷔전을 가질 예정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