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틈새시장 발굴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주요 수익원이었던 주택담보대출은 정부의 규제 강화로 늘리기 힘들고 기업들은 실적 호전으로 유동성이 풍부해 사실상 대출 수요가 사라져 자금운용에 애를 먹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무기계약직과 중소 자영업자,외국인 등 기존 대출 시장에서 소외돼 있던 계층을 공략하는가 하면 영화,드라마 등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대출 상품을 내놓는 등 새로운 수익원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최근 직장인 신용대출 상품인 '패밀리론'의 대상을 무기계약직으로까지 확대하고 전용 상품인 '뉴패밀리론'을 출시했다. 대출 한도는 연 소득 범위 안에서 최고 3000만원까지 가능하며 금리는 최저 연 7%대 중반이다. 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고용이 불안정하고 소득이 일정치 않다고 판단해 무기계약직에 대해서는 담보대출만 해줬지만 무기계약직도 정규직 수준의 고용 안정을 보장받고 있다고 보고 신용대출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이 상품의 잠재 고객이 최대 7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최근 각 영업본부별로 '신용대출 태스크포스(TFT)'를 구성해 대형 할인점의 계산원과 금융회사의 무기계약직 등을 겨냥한 영업활동을 집중적으로 벌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기업이나 직장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한 대접을 받았던 자영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전용 상품인 'KB가맹점 우대통장'을 선보였다. 자영업자가 이 통장에 가입하면 대개 3~5일 걸리는 카드 매출대금 입금이 전표 접수일 다음 영업일에 이뤄진다. 또 KB카드 결제금액에 대해 가맹점 수수료의 10%를 할인해주고 가맹점주 전용 대출인 'KB스타샵론'의 금리를 최대 연 0.5%포인트 깎아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자영업자는 거의 매일 은행을 찾을 정도로 충성도 높은 고객이지만 그동안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며 "새로운 고객 확보를 위해 자영업자에게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또 정부가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선정하면서 새로운 틈새시장으로 부상한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대출에도 뛰어들고 있다. 신한은행은 영화 드라마 공연 게임 등 문화상품 제작을 지원하는 '신한 문화콘텐츠 대출'을 출시했으며 하나은행도 드라마와 영화 제작비를 대출하는 상품을 선보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제조업체들의 대출 수요가 줄어들자 은행들이 문화산업이나 서비스업 쪽으로 눈을 돌리면서 잇따라 관련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거주 외국인 100만명 시대를 맞아 이들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통장거래 내용이 영어로 적히는 '엑스팻(Expat) 저축예금'을 내놓았다.

기존의 외국인 고객은 수수료 없이 해당 통장으로 바꿀 수 있고 가입 후 3개월 동안은 인터넷이나 모바일뱅킹,타행 이체수수료도 면제해준다. 환전이나 송금할 때 환전수수료도 최대 30%까지 깎아준다.

SC제일은행도 외국인 전용 금융서비스인 '모자이크 뱅킹'(Mosaic Banking)을 시작했다. 외국인이 자주 찾는 4개 점포에 아예 외국인 전용 창구를 마련했고 나머지 점포에도 영문 안내장과 영문 약관 계좌,카드발급 신청서 등을 비치했다. 신한은행도 외국인 노동자 등을 위해 해외송금 맞춤형 상품인 '마이월드 통장'을 출시했다.

강동균/유승호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