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에너지 기업인 페트로차이나가 호주에서 앞으로 20년간 410억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사들이기로 했다. 호주 사상 최대인 이번 계약은 중국 정부의 호주 철광석업체 리오틴토 직원 구속 등으로 양국 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성사돼 주목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 페트로차이나가 호주 서안의 고르곤 가스전에서 나오는 LNG를 연 225만t씩 사들이기로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공급자는 고르곤 가스전의 지분 25%를 갖고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엑슨모빌이다. 고르곤 가스전 개발에는 셰브론 로열더치셸 엑슨모빌 등 3대 메이저 에너지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셰브론이 지분 50%로 가장 많고 셸과 엑슨모빌이 각각 25%를 갖고 있다. 고르곤 가스전은 매장량이 1조1327억㎥에 달하며 60년간 채굴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은 이번 계약으로 LNG를 안정적으로 확보함에 따라 동부연안에 LNG 저장시설을 10곳 정도 건설하기로 했다. 마틴 퍼거슨 호주 자원에너지부 장관은 "이번 장기 계약은 양국 무역투자 관계 강화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계약은 중국이 스파이 혐의로 리오틴토 직원을 구속하고,호주가 위구르족의 망명 지도자인 레비야 카디르에 대한 입국비자를 발급하는 등 양국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성사된 것이다. 중국 국영 알루미늄업체인 차이날코는 올초 세계 3위 철광석업체인 리오틴토를 19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계약했으나 호주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중국 정부는 중국에서 일하고 있는 리오틴토 직원 4명을 간첩혐의로 구속했다. 또 중국 정부는 카디르의 호주 입국에 반발,허야페이 외교부 부부장의 호주 방문 계획을 최근 전격 취소했다. 이에 따라 호주 정부의 해외투자위원회가 이번 계약을 승인할지 여부가 양국 관계가 개선되느냐 악화되느냐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가격이 많이 떨어진 호주 자원업체들을 잇따라 사들이며 차이나달러의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옌저우석탄이 31억달러에 호주 펠릭스리소스 인수를 추진 중인 것을 비롯,아연업체와 철광석업체를 잇따라 사들이거나 대규모로 투자했다. 이에 따라 호주 내부에선 중국이 호주를 통째로 사들이고 있다는 중국 경계론이 나오고 있다.

한편 중국 시노펙은 총 75억6000만달러에 스위스에 본부를 둔 원유 및 가스 생산업체 아닥스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에 따라 아닥스가 나이지리아 가봉 이라크 등에 갖고 있는 매장량 5억3700만t의 유전을 확보하게 됐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