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한 그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무사히 돌아와서 기쁘다"였다.

137일간 북한에 억류돼 있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44)씨가 13일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개성공단에 근무하던 중 북측 당국에 억류돼 넉 달 넘게 조사를 받아오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나흘만에 풀려난 것이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긴급 브리핑을 통해 "현대아산측이 오후 5시 10분 유씨 신병을 인도했고 5시 20분경 개성공단 관리위원회에 유씨가 도착했다"고 밝혔다.

유씨는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 등 현대아산 관계자 5명과 개성공단 관리위원회 직원 1명 등 6명과 동행해 오후 6시 30분께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당초 7시께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통행이 가능한 시간인 5시를 훌쩍 넘긴터라 통행 허가 등의 절차가 지연되며 오후 9시11분께 모습을 드러냈다. 하루 종일 기다리고 있던 친형과 동생, 취재진들이 유씨를 맞았다.

유씨는 도착 후 "무사히 돌아와서 기쁩니다. 그 동안 많은 관심을 보여주신 현대아산 측과 정부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라는 짧은 소감을 전한 후 건강 검진을 위해 서울 현대아산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억류 당시 상황 및 과정 등과 관련해 우리 정보당국의 조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청와대는 유씨의 석방과 관련, "뒤늦은 감은 있지만 가족 품에 돌아가게 된 것은 다행"이라며 "우리 정부는 앞으로도 일관된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씨는 누구… 석방 과정은?

유씨는 지난 2003년 현대아산에 계약직으로 입사해 금강산 사업소에서 약 2년간 근무하다 2005년부터 개성사업소로 근무지를 옮겼다. 금강산 사업소와 개성 사업소에서 보일러 배관담당 기술자로 일해왔다.

그런 유씨를 북측은 지난 3월 30일 억류했다. 남측에 보낸 통지문에 따르면 유씨가 북한 정치 체제를 비난하고 여성 종업원을 변질 타락시켜 탈북을 책동했다는 게 이유다.

4월 3일 조 사장이 개성을 찾았을 당시 북측은 '조사가 끝날 때까지 접견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사장은 이후 유씨 석방을 위해 지난 10일까지 총 16차례 북한을 찾았다.

현 회장의 방북 3일째, 유씨는 결국 이날 남북합의서에 따라 북측으로부터 '추방'되는 형태로 풀려났다.

현 회장은 7일 북한 아태평화위로부터 방북 초청장을 받았고 10일 방북길에 올랐다. 현 회장이 방북길에 오르기 전 남북간에는 8.15 이전에 유씨를 석방한다는데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도·환영… 현대아산 '대북사업 재개' 내심 기대

경남 고성군에 살고 있는 유씨 부모들은 아들의 석방 소식을 접한 후 참아왔던 안도의 목소리를 전했다.

노모 류정미(69)씨는 "5개월 가까이 잠 한숨 제대로 못잤다"며 "석방됐다는 소식을 들으니 너무 기쁩니다. 빨리 만나 따뜻한 밥 한그릇 해 먹이고 싶습니다"라고 애틋한 모정(母情)을 감추지 않았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아버지 유응용(75)씨도 연신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유씨가 근무하던 현대아산 측은 안도와 환영 속에 유씨의 석방을 계기로 대북 경헙 사업이 재개되기를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특히 그간 중단돼 크나큰 손실을 안겼던 금강산과 개성 관광 등 주요 대북사업의 재개가 가장 바라는 바다. 북한 체류를 오는 14일까지 하루 더 연장한 '회장님'의 손에 들린 '선물꾸러미'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