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8시30분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에선 임직원 2800여 명이 참석한 조회가 열렸다. 전직원 조회는 1998년 쌍용그룹에서 분리된 후 11년 만이다. 공장 안팎은 비교적 깨끗하게 정돈돼 있었지만 노조가 농성기간 중 써놓은 욕설 등 낙서가 채 지워지지 않았고 유리창도 깨진 채였다. 프레스 2공장 옆엔 비바람을 맞은 탓에 고철이 돼버린 차체 부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임직원들은 "쌍용차여,영원하라"를 외치며 재기를 다짐했다.


◆체어맨W 등 하룻동안 74대 생산

쌍용차는 이날 노조의 불법 공장점거로 생산이 중단된 지 84일 만에 조립라인을 재가동,체어맨W를 시작으로 완성차를 다시 출시했다. 인력 재배치로 가동률이 떨어져 하룻동안 74대만 생산했지만,오는 20일부터 하루 300대 생산이 가능할 것이란 게 회사측 설명이다.

쌍용차는 이달 말까지 2600여 대를 생산한다는 목표다. 9~12월에는 매달 4000~4500대 생산량을 유지하기로 했다. 최상진 기획재무본부장은 "다음 달부터 월 4000여 대를 생산하면 당초 목표였던 연 2만7000대를 넘기 때문에 회생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직인 조립4팀의 허남렬 직장은 "땀흘리며 일할 수 있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 일인 줄 정말 몰랐다"며 "고통스러운 과거를 다 잊고 좋은 차 만드는 데만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쌍용차 600여 협력업체들의 모임인 협동회도 공장 재가동에 맞춰 부품 공급을 전면 재개했다.

최병훈 협동회 사무총장은 "노조의 장기 농성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쪽은 쌍용차가 아니라 협력사들"이라며 "신차 C200 개발에 맞춰 선(先)투자한 만큼 정부와 산업은행이 개발자금을 지원해야 제2차 연쇄부도를 막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향후 개발차종 100% 혼류생산

쌍용차는 노조로부터 77일 만에 공장을 되찾은 만큼 생산성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또 노조가 인사권을 행사할 정도로 잘못됐던 관행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유일 공동관리인은 "노사 합의서를 보면,끝까지 농성장을 지켰던 강경파는 최소 1년 내 복직할 수 없다"며 "1년 후 생산량이 부족해 복직자를 뽑을 때도 기존 희망퇴직자 2000여 명을 포함할 것이기 때문에 더이상 노조 문제로 시끄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쌍용차 노조는 향후 회사 회생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불법 쟁의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동의서를 회사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이날 제출했다. 산은은 자금 지원 조건으로 불법 파업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노조 동의서를 제출할 것을 회사 측에 요구했으며,공동관리인이 노조 집행부의 서명을 받아 은행에 냈다고 밝혔다. 산은은 이날 회사가 요청한 인력 2100명에 대한 명예퇴직금 및 위로금 등 구조조정 비용 1300억원을 대출해주기로 결정했다.

쌍용차는 향후 개발차종에 대해 100% 혼류생산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현재 체어맨 렉스턴 로디우스 등의 차체 공정에 대해선 혼류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있다. 차체1팀의 김옥준 팀장은 "금형제작까지 완료한 C200 뿐만 아니라 카이런 후속 D200,준중형 세단 B100 등 모든 후속 차종을 혼류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평택=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