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철강제품인 열연강판(핫코일)과 후판(선박 건조용 강재) 등이 공급 부족현상을 겪고 있다. 국내 철강재 유통 및 수출 가격도 상승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철강경기가 예상보다 급속하게 회복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기 시작했다.

포스코 · 현대제철 재고 급감

불과 한두 달 전만 해도 철강업계는 감산과 공장 가동률 조정을 통해 허리띠를 조여 왔다. 불황으로 재고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의 열연강판 재고 물량이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올해 초 20만t가량이던 포스코의 열연강판 재고 물량은 3월 18만t으로 줄어든데 이어 6월에는 8만t으로 떨어졌다. 이달 들어서는 약 5만t으로 더 줄어들었다. 현대제철의 재고물량 역시 올해 초 5만t에서 최근엔 절반으로 줄었다.

갑자기 국내 철강시장에서 열연강판 재고 물량이 줄어든 이유는 일종의 가수요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 동안 경기부진에 대한 우려로 재고물량을 최소화해왔던 철강 유통업체들과 수요처인 냉연회사 등이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열연강판 물량 확보에 나선 것.털어냈던 재고물량을 다시 늘리기 위해 열연강판 '구매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냉연업체들마다 경기 회복 시기에 대비해 가동률을 급격히 높이면서 열연강판을 충분히 확보해두기 위해 '사재기' 수준으로 제품 구매에 나서고 있다"며 "포스코가 최소 재고 물량만 유지한 채 미처 열연강판 공급 물량을 늘리지 못하자 일부 회사들은 중국이나 일본으로부터 월 1만t 정도를 수입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포스코와 동국제강이 생산하는 후판 공급 물량도 부족하다. 국내 조선사들이 후판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주문 물량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올초 80%를 밑돌던 후판공장 가동률이 100%로 올라섰다"며 "주문이 몰리면서 납기일도 기존 40일에서 45일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철강재 공급 부족 현상이 급속한 철강경기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열연강판,후판 등 주요 철강제품의 수급 상황과 전 · 후방 산업의 시황을 고려할 때,일시적인 철강재 수요 급증인지 실수요 확대인지 속단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철강재 가격도 들썩

공급 부족 현상과 함께 철강재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국내 철강 유통시장에선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만든 열연강판 가격이 t당 74만~75만원에서 최근 1만~2만원가량 소폭 상승하고 있다. 국제 열연강판 가격이 오른 데다 국내 공급 물량마저 부족한 탓이다. 후판 생산업체들은 국제 가격 추이를 지켜보며 공급가격 인상 여부를 검토 중이다.

열연강판 수출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지난 6월 t당 440~450달러였던 열연강판 수출 가격은 이달 들어 t당 580~590달러까지 올라갔다. 특히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대중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의 철강재 수요가 늘면서 현지 주요 철강업체들이 일제히 제품가 인상에 나서고 있어 수출 물량 확대 및 가격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포스코는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철강재 가격 상승에 따라 국내 철강사의 제품 공급가격 역시 계속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