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성사 계기는 지난 4일 금강산에서 열린 고 정몽헌 회장 6주기 추모행사에서 마련됐다. 북한 측은 이날 행사 일정에 맞춰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을 파견했고,현 회장 일행과 오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현 회장은 리 부위원장에게 4개월 넘게 북한에 억류 중인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석방 등 현안을 협의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북한 측은 지난 9일 초청장을 보내는 형식으로 현 회장의 방북 제안에 화답했다.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은 이날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돌아오는 길에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 회장은 오후 2시10분께 개성에 있는 북한 출입사무소에 도착해 리종혁 부위원장의 영접을 받고 잠깐 인사를 나눈 뒤 오후 2시25분께 승용차 편으로 평양으로 출발했다"고 전했다.

현대그룹은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그룹 관계자는 "정말 오랜만에 대북사업 관련 문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직원 유씨의 석방과 함께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등의 현안이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북사업 중단의 직격탄을 맞은 현대아산이 회생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직원들 사이에 확산되는 분위기다. 현대아산은 작년 7월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1년여 동안 1400억원가량의 손실을 봤다. 이로 인해 지난 4월부터는 임원 월 급여의 10~20%를 반납하는 등 초긴축 경영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1000명이 넘던 직원은 400명 수준으로 줄었다. 현대아산의 일부 직원들은 석 달 넘게 외부인 접견이 금지된 채 억류 중인 현대아산 직원 유씨와의 면담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북한이 새로운 계약조건을 제시하면서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기대도 크다. 이임동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국장은 "현 회장의 방북으로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문제가 풀리면 바이어들의 불안감이 해소돼 주문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개성공단 기업들도 바닥을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