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마다 개최되는 소위 '베이다이허 회의'는 사실상 중국 권력의 최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후 주석을 비롯한 현직 최고 지도부뿐만 아니라 원로들까지 모여 국가 중대사를 논의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 베이다이허 회의가 주목되는 것은 올해가 중화인민공화국 탄생 60주년이어서다. 중국 역시 육십갑자의 순회가 끝나고 새롭게 시작하는 60년을 매우 중요한 이벤트로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이번 회의에서 '최고 지도부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교체가 있을지 모른다,상무위원 간 직책이 바뀔 것이다'라는 소문이 나돈다. 그럴싸한 하마평도 들린다. 그만큼 이번 회의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만일 이게 사실이라고 해도 시스템적인 변화가 없다면 큰 의미를 담지 못할 것임에 분명하다. 사실 중국이 세계의 주요 파워로 부상하면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 또한 안팎에서 높아지고 있다. 신장이나 시짱지역의 민족분규뿐 아니라 빈부격차와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집단시위가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고질병인 부정부패가 연루되면서 경제발전에 걸맞은 사회적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때마침 완리 전 전인대 상무위원장 등의 육성 녹음을 정리한 민주화를 촉구하는 문건이 인터넷상에 돌고 있다고 홍콩 언론들이 전하고 있다. 이 문건은 다당제를 도입해 당과 국가를 분리할 것을 요구하는 등 공산당 독재 종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 중국의 지식인들이 서명운동을 벌인 '08헌장'과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공산당 역시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느끼고 있는 듯하다. 후 주석은 최근 당내 민주화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공산당 안에서의 민주화라는 한계를 분명히 갖긴 하지만 달라지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고민하고 있는 듯하다. 사석에서 만난 한 대학교수는 "중국은 아직 G2(주요 2개국)로 불릴 만큼 강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발전에 걸맞은 내공이 쌓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직까진 중국에서 정치적 시스템의 변화를 얘기하긴 한참 이르다. 중국 지도부는 서구식 다당제 정치체제는 중국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올초 공개적으로 표명,체제를 흔들 수도 있을 수준의 정치체제 개혁을 단호히 거부하고 나섰다.
공산당은 중국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하고 기적에 가까운 경제발전을 이룬 것에 대해 무한한 자부심을 갖고 있을 게 분명하다. 그런 공산당이 스스로 권력을 내놓을 리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짐작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오는 10월 건국 60주년 기념을 앞두고 보안에 초비상이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 버금가는 삼엄한 경비가 펼쳐지고 있다. 올림픽이 국제 행사라면 건국 60주년 기념은 중국 내 행사다. 그런데도 이 같은 철통경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를 중국 지도부로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듯싶다.
베이징=조주현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