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만 해도 미국LPGA 투어는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의 독무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골프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은퇴한 데다 신지애(21 · 미래에셋)와 미셸 위(20 · 나이키골프)는 아직 '미완의 대기'라는 평가였고 크리스티 커,폴라 크리머(이상 미국) 같은 경쟁자들은 들쭉날쭉한 플레이를 펼쳤기 때문.하지만 예상이 빗나가고 있다. 왜 그럴까.

오초아는 올 시즌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신지애와 비교해도 드라이버샷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뒤처지는 상황이다. 페어웨이 안착률은 67.9%(공동 92위),그린 적중률은 69.4%(공동 18위)로 비교 우위에 서지 못하고 있다. 평균 퍼트수도 29.78로 공동 57위에 그치고 있다.

우승 횟수도 크게 떨어진다. 오초아는 2006년 6승(톱10 20번)을 거뒀고 2007년과 2008년 각각 8승(21번),7승(17번)을 기록했다. 올 시즌에는 지난 3월에 열린 혼다LPGA투어타일랜드와 4월의 코로나챔피언십에서 거둔 2승(6번)이 전부다. 메이저대회의 경우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기록한 공동 12위가 최고 성적.

오초아가 내리막길을 걷는 이유는 뭘까. 우선 오는 12월 예정된 결혼 준비가 부진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실제로 오초아는 연초 결혼 준비 등으로 골프 외에 해야 할 일이 많아 연습시간이 부족하다고 호소했었다. 오초아가 지난 6월 3년간 호흡을 맞춰온 캐디 데이비드 브루커를 해고한 것도 실적 향상을 위한 몸부림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줄리 잉스터,안젤라 박 등의 골프백을 맸던 존스턴을 고용했다. 한 LPGA 투어 선수는 "오초아가 새로 고용한 캐디가 성실하고 일도 잘하는데 스코어가 예전만 못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착수한 '스윙 리듬 찾기' 작업이 길어지고 있는 점도 부진 이유로 꼽힌다. 오초아는 오버스윙으로 인해 손이 먼저 나가 리듬이 헝클어지는 일이 잦았다. 때문에 백스윙을 낮고 짧게 하고 다운스윙 때 자연스럽게 하체를 이동하도록 훈련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이 같은 리듬 찾기 작업은 진행형이다. 오초아와 동반 라운드에 나선 한 선수는 "오초아가 샷을 70% 정도 교정했으며 곧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LPGA는 물론 골프 팬들은 오초아의 부활을 바라고 있다. 오초아가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때 대회 축소,커미셔너 부재 등으로 혼란스런 LPGA 투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어서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