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도리포 선착장에서 모터보트로 1분.눈썹이 휘날리게 달려간 닭섬 옆으로 펼쳐진 모래톱이 신기하다.서해안 특유의 개펄이 아니라 조개껍질 섞인 굵은 알갱이의 모래밭이란 점이 뜻밖이다.그 크기는 혀를 내두를 정도.까치발을 해도 모래톱 너머의 바닷물이 보이지 않는다.미처 빠지지 않은 물이 군데군데 남아 있는 모래톱 저편에는 어른 키 세 배쯤 되는 기다란 장대가 설치미술작품처럼 대오를 맞춰 서 있다.

#바지락 캐고 낙지 먹고

"상괭이 둔덕이라고 해요. 장대는 김양식용 지주고요. " 송계마을 박상범 어촌계장의 말을 들으니 모래톱의 모양이 과연 물 밖으로 드러난 상괭이의 등짝을 닮은 듯하다. 상괭이는 쇠돌고래과에 속하는 고래의 일종.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등장한다.

상괭이 둔덕은 송계마을의 갯벌체험장이다. 구명재킷을 입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흩어진 채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다들 허리를 숙이고 앉아 호미로 모래를 뒤집고 있다. 각자 한 개씩 챙겨온 플라스틱 소쿠리에는 벌써 알 굵은 바지락 조개가 가득하다. 아주 어린 아이들은 물장난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목이 긴 장화를 신은 발로 연신 물을 튀기며 뱅뱅 돈다. 모랫속 조개가 호미날에 긁히는 소리가 들릴라 치면 아이들은 돌기를 멈추고 호기심에 가득찬 눈망울을 반짝인다.

상괭이 둔덕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송계마을 갯벌 체험은 즐길거리가 많다는 게 자랑이다. 바지락 캐기는 기본 중의 기본.운이 좋으면 도망가는 게도 집어올릴 수 있다. 배를 타고 낚시를 즐길 수 있고,바나나보트도 타며 여름 물놀이 기분을 낼 수도 있다. 머드팩도 가능하다. 체험관광안내소 쪽에 잔모래 한 톨 없는 개펄이 있어 머드팩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물때에 따라 체험시간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연중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물론 하루 100명 이상의 체험객은 안 받는다. 송계마을이 2007년 제1회 어촌체험마을 혁신경진대회에서 그냥 대상을 차지한 게 아니다. 박상범 어촌계장이 꼽는 비장의 무기가 하나 더 있다. 무안 세발낙지 시식이다. 갯벌 체험을 마치고 돌아갈 때쯤 어촌계원들이 세발낙지를 잡아온다. 낙지 머리께를 잡고 두 손가락 사이로 몇 번 다리를 훑어내려 기절시킨 다음 초장을 찍어 통째로 먹는데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번진다.

#은근한 백련 향에 취해

무안은 백련의 고장이기도 하다. 일로읍 복룡리에 동양 최대 규모의 회산백련지가 있다. 회산백련지는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농업용 저수지.4㎞쯤 떨어진 파군교 쪽 저수지의 물을 끌어다 저장해놓으려는 목적이었다. 그런데 정수동이란 주민이 1955년 여름 12주의 백련 뿌리를 저수지 가장자리에 심고 가꾸면서부터 오늘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회산백련지의 연꽃은 처음부터 환영받은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농업용수로 쓰려는 물을 연이 먹어버리니까 주변에서 농사를 짓던 주민들이 베어 없애버리고는 했어요. " 무안군 관광해설사인 한연희씨는 백련지에 대한 무관심이 지금의 백련지를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1981년 영산강하구둑이 완공돼 영산호의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면서 누구도 회산백련지의 물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자연히 연은 씨앗을 퍼뜨려 번졌고 마침내 저수지 전체를 뒤덮게 됐다는 설명이다.

회산백련지의 백련은 6월 말부터 첫서리가 내릴 때까지 은근히 피고 진다. 한 주당 올라오는 꽃대는 홍련보다 적고 꽃은 큰 편이다. 사실 그 큰 꽃이 두드러져 보이지는 않는다. 저수지를 가득 덮고 있는 연잎의 초록이 워낙 강렬해서다. 바람이라도 불어 큰 잎이 한꺼번에 뒤집히기라도 하면 백련의 흰색을 구분할 길이 없다. 잎 뒤에 숨어 활짝 핀 백련을 찾아 눈을 맞추는 즐거움은 그래서 더 크다.

무안=글/사진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무안 5味' 안먹고 오면 섭섭해요!

무안 5미(味)를 맛보자.찬바람이 불 때가 제철인 무안 갯벌낙지가 그 첫째.무안 버스터미널 주변에 내고향뻘낙지(061-453-3828) 등 20여개의 점포가 모여 있다. 강나루명가(061-452-3414)의 명산장어가 건강식품으로 인기다. 승달가든(061-454-3400) 등의 양파한우고기도 좋다. 무안양파 사료를 6개월간 먹인 한우고기로 육질이 부드럽고 담백하다는 평.두암식육식당(061-452-3775)은 원조 돼지짚불구이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집이다. 칠산 앞바다에서 잡는 도리포 숭어회는 겨울이 제철이다. 백련지 인근의 하늘백련브로이(061-285-8503)는 연잎쌈밥을 알아준다. 하우스맥주인 연맥주도 판다. 송계어촌체험마을(061-454-8737)의 갯벌 체험이 재미있다. 1인당 2만원이면 조개를 잡고 낙지도 먹을 수 있다. 무안군청 관광문화과 (061)450-5226,www.muan.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