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인간의 신경 줄기세포를 이용해 루게릭병에 걸린 쥐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중앙대의대 의학연구소 김승업 석좌교수팀은 6일 루게릭병에 걸린 쥐의 척수에 '혈관신생인자(VEGF)' 유전자를 탑재한 인간 신경 줄기세포를 이식한 결과, 루게릭병 발병시기가 7일간 늦춰지고 각종 운동기능이 크게 호전돼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대조군 쥐에 비해 생명이 12일간 연장됐다고 밝혔다.

또 일부 신경 줄기세포는 운동 신경세포가 없어진 부위로 이동해 새로운 운동 신경세포로 분화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의 자매지인 ‘진테라피(Gene Therapy)’ 최근호에 발표됐다.

지난 1930년대 뉴욕 양키스의 야구선수 '루 게릭'에서 이름을 따 온 루게릭병은 원래 병명이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으로, 현재까지 치료법이 없는 불치의 신경질환으로 꼽힌다.

이 질환은 남녀 구별없이 40~60대에서 인구 10만명당 2명꼴로 발생하는데, 대뇌와 척수의 운동 신경세포가 변성·사멸하면서 근육이 운동기능을 상실하게 되지만, 겉으로는 감각신경이나 자율신경, 고등 인지기능에 장애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몸에서는 근위축, 근력저하 등의 증세가 있고 환자는 대개 진단 5년 이내에 사망한다.

루게릭 모델 쥐에 VEGF를 주입하면 운동 신경세포 손실을 방지하고 운동기능의 증진을 가져온다는 기존의 연구보고가 나와 있다. 하지만 이 혈관신생인자는 분자가 커서 뇌 혈관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반감기가 짧아 단기간에 소멸되는 게 단점이었다.

김승업 교수는 "혈관신생인자를 주입했을 때 루게릭병에 미치는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없애도록 신경줄기세포에 이 유전자를 탑재해 주입했다"면서 "이렇게 주입된 줄기세포가 운동 신경세포의 재생을 돕고, 소멸한 신경세포를 대체하는 이중의 효과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루게릭 환자의 지방이나 골수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분리, 배양한 다음 이를 다시 인간 VEGF유전자와 함께 이식하는 방식으로 임상시험을 함으로써 쥐에서 나타난 임상증세 호전과 생명 연장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볼 계획이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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