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특별한 이유없이 급등하는 종목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실적이나 업황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묻지마식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가가 오르는 사례가 적지 않아 추격매수를 자제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여성복 제조업체인 로이는 한때 상한가까지 치솟았다가 2.3% 상승한 9만600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달 29일 이후 상한가 세 차례를 포함해 5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로이는 바이오기업인 FCB파미셀이 이 회사를 통해 우회상장할 것이라는 관측을 재료로 최근 한달 새 주가가 1만원대에서 9만원대로 수직 상승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에는 7일부터 7거래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아 지난달 14일 한국거래소가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주가는 이후 나흘가량 주춤하다가 최근 다시 급승세를 타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매출 4억7000여만원에 15억여원의 순손실을 낸 FCB파미셀이 우회상장한다는 것 자체가 신뢰성이 떨어지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로이의 주가가 이렇게 급등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바이오기업인 VGX인터내셔널도 생산 중인 DNA백신이 동물들을 대상으로한 실험에서 신종플루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회사 측 발표를 계기로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3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이날도 3% 올랐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이날 주가 급등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지만 VGX인터는 "특별한 사유가 없다"고 답변했다.

코스닥시장의 담배 유통업체인 제너비오믹스(옛 한국오발)도 지난달 30일부터 사흘 연속 상한가 행진을 벌인 데 이어 이날도 3.09% 상승했다. 이 회사는 전날 장마감 이후 코스닥 기업 NHS금융 등을 대상으로 5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최대주주가 NHS금융(증자 후 지분 3.73%)으로 바뀔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하지만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주주 지분율이 5%도 되지 않아 최대주주가 수시로 바뀌고 2005년 이후엔 계속 영업손실을 내고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우선주들도 별다른 이유없이 급등세를 타고 있다. 삼성중공업 우선주는 이날 가격제한폭인 5만4500원까지 치솟았다. 이 종목은 지난달 30일 이후 이날까지 4거래일 가운데 3일간 상한가를 쳤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 보통주는 연일 하락세를 타고 있는데 시가총액이 100억원도 되지 않는 우선주가 급등하는 것에 의아스럽다는 반응이다.

또 코스닥 관리종목인 에버리소스의 우선주가 상한가로 치솟았고 에이치엘비 · SG글로벌의 우선주도 11~13% 급등했다.

임상국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실적 뒷받침없이 '돈의 힘'만으로 급등하는 종목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런 종목들은 언제든지 급락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일반투자자들은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