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면 뛰는 원당값…속타는 설탕업체
"가격을 올리자니 눈치보이고 안 올리자니 실적이 우네요. "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제당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원료인 원당 가격이 올 들어 80%나 치솟으면서 국제적인 '설탕 파동' 조짐을 보이는데,정작 정부와 소비자의 눈치를 살피느라 설탕 가격을 선뜻 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설탕 가격이 인상되면 이를 원료로 쓰는 제빵,제과,음료 등에 연쇄 파장을 미치게 된다.

◆원당 선물가격 28년 만에 최고

뉴욕 국제선물거래소(ICE)에 따르면 원당 가격은 작년 12월 10.5센트에서 4일 현재 19.14센트로 82.3% 급등했다. 최근월물 기준으로 2006년 2월 이후 3년6개월 만에 가장 높았고,연말 현물거래 기준이 될 내년 3월물은 20.44센트로 28년래 최고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추세로 가면 머지 않아 설탕 가격이 파운드당 30센트까지 치솟을 전망"이라며 '설탕 파동'을 경고했다.

원당 가격이 뛰는 주요인은 세계 1,2위 원당 생산국인 브라질과 인도의 작황이 나쁘기 때문.브라질은 폭우로 사탕수수 수확이 늦어지고,파종기인 인도는 가뭄이 심해 수급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국제 백설탕 가격도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3일 런던 국제선물거래소(LIFFE)에서 10월 인도분 정제 백설탕 가격은 장중 3% 가까이 급등하며 t당 505.90달러(종가는 502.90달러)까지 치솟아 2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설탕은 'MB물가' 관리대상

국내 설탕시장의 48%를 점유하는 CJ제일제당은 원당 가격 뜀박질에 속이 탄다. 당장 설탕 값을 올려야 할 처지이지만,설탕이 이른바 '52개 MB 물가' 품목의 하나여서 정부와 소비자단체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 설탕이 밀가루보다 식품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지만 식품업체들에 가격 인상의 빌미를 주어 물가불안의 주범으로 지목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원당 가격 상승분을 감안하면 여전히 25~30%가량 인상 요인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설탕이 MB물가 품목이라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이 지난 3월 설탕 가격을 15.8% 올리려다 철회한 이면에도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양사 관계자는 "가격 인상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지난해 11월 한 차례 올린 터라 여론이 좋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제빵 · 제과 · 음료업계도 예의주시

설탕을 많이 쓰는 제빵,제과,음료업체들도 제당업체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 등을 운영하는 SPC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빵과 아이스크림 가격을 10~20%씩 올린 상태라 추가로 제품 가격을 올리기 부담스럽다"면서도 "설탕 가격이 오르면 인상 압박을 받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창선 해태음료 팀장은 "원재료 하나 오를 때마다 제품 가격을 올릴 수는 없다"며 "설탕 가격이 오르면 과당이나 전분당으로 대체하는데 이번에도 이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호 동서식품 홍보실장은 "커피는 매일 마시는 음료라 조금만 올라도 소비자들에게 크게 와닿는다"며 "설탕은 물론 커피원두 가격도 오름세지만 지난 6월 가격을 5% 올렸기 때문에 또 올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진석/서기열/강유현 기자 iskra@hankl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