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M 갈등 전방위 확산] 신청대상도 아닌데 너도나도 조정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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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저지 '전가의 보도' 인식
정치권 포퓰리즘이 부채질
정치권 포퓰리즘이 부채질
중소상인들이 사업조정제를 대기업의 진출을 막는 '만병통치약'으로 인식하면서 기업형 슈퍼마켓(SSM)에서 촉발된 대기업과 중소상인 간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의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식 개입에 고무된 소상공인 단체들은 대기업에 맞설 '전가의 보도'로 사업조정제를 활용할 태세다. 따라서 집단행동이면 무엇이든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반시장 정서'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업조정제를 SSM 갈등의 해결책으로 여겼던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기업청 등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사업조정제가 SSM 이외에 다른 유통 업종으로까지 확산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제조업 중심으로 고안된 이 제도를 슈퍼마켓에 맞게 보완해 왔는데 다른 업종에는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물론 중기중앙회 내부에서도 사업조정제를 다양한 소매 · 서비스 업종에 일괄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제조업을 위한 이 제도가 모든 업종에서 대기업의 진출을 막는 '전가의 보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SSM은 대기업이 직영하는 점포라 적용 대상이 됐지만 제과점,카센터 등은 대기업이 개인사업자와 가맹계약을 맺고 진행하는 프랜차이즈 형태여서 사업조정 대상이 아니란 지적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가맹 점포의 실제 주인이 대기업 또는 대기업이 실제로 지배하는 형태인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소유주가 가맹점주이거나 독립점포에서 가맹점으로 전환한 형태라면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주유소업은 본래 대기업들이 직영으로 운영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중소기업 사업 영역으로 볼 수 없다는 분석이다. 사업조정 신청서를 받는 중기중앙회 측도 "사업조정 제도가 대상 업종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신청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면서도 "건마다 적용 여부를 따져 맞지 않을 경우 반려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사업조정 신청이 접수되고 조정을 거쳐 유예 권고가 떨어져도 대기업이 진출을 강행할 경우 법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현재는 사업조정이 신청돼 개점이 보류 중인 SSM 점포들도 조정 과정이나 결과에 상관없이 언제든 문을 열 수 있다.
실제로 지난 30일 서울시서점조합이 사업조정을 신청한 영등포 타임스퀘어 교보문고는 조정 절차에 관계없이 예정대로 문을 열 계획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해당 점포는 복합쇼핑몰로 조성되는 타임스퀘어와 계약을 맺고 임대 방식으로 개점하는 것이어서 동네 상권 침식과는 상관이 없다"며 "오히려 개점을 늦추면 타임스퀘어와의 계약 위반"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업조정 제도로 인해 다른 업종의 개점 보류 사태가 잇따를 경우 소비자들의 반발 등 역풍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시정지 권고로 개점이 보류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갈산점의 경우 인근 대동1차 아파트단지 부녀회에서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지난 30일 중기청에 진정서를 냈다. 부녀회 측은 "개점 연기로 아파트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으니 조속히 개점해 달라"고 요구했다.
송태형/손성태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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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조정제=대기업이 중소기업 시장에 뛰어들어 경영에 피해를 줄 우려가 있을 때 정부가 사업 진출을 늦추거나 생산품목 · 수량 등의 축소를 권고하는 제도다. 중소기업이 신청을 하면 중소기업중앙회가 실태 조사를 한 뒤 중소기업청에 의견서를 내게 된다. 이후 중기청이 심의해 90일 내 대기업의 진출을 최장 6년까지 연기하거나,생산 축소를 권고할 수 있다. 본래 제조업에 맞춰 고안됐으며,유통분야는 SSM 논란을 계기로 지난달에 처음 적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