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장서 젊은팬 호응 적어, 공연이 승부처

지난해 복귀한 서태지가 올해 8월에도 'ETPFEST'를 개최하고, 유학 중 새 음반을 발표한 윤상의 목소리가 라디오에서 흐른다.

TV를 틀면 룰라와 노이즈가 가요 프로그램에서 흥겹게 노래한다.

마치 1990년대로 시간을 거스른 풍경이다.

지난해부터 1990년대를 풍미한 가수들이 속속 복귀하더니, 최근 룰라, 노이즈, 쿨 등 1990년대 '가요계 르네상스'를 이끈 댄스 그룹들이 비슷한 시기 새 음반을 발표했다.

전성기 시절의 멤버가 재결합해 10년 만에 9집을 낸 룰라는 언타이틀의 유건형이 작곡한 타이틀곡 '고잉 고잉(Going Going)'으로 녹슬지 않은 춤 실력을 보여준다.

애초 4인조였던 노이즈는 기존 멤버인 한상일, 홍종호 외에 새 멤버인 권재범을 영입해 3인조로 재편한 뒤 신곡 '사랑만사'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 7월 재결성을 선언하고 새 음반을 낸 쿨도 다시 11집을 내고 타이틀곡 '보고보고'로 활동을 이어간다.

'삼촌', '이모'들의 복귀는 팬 연령대의 폭을 넓히고, 장르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일단 가요계에서는 긍정적으로 내다본다.

아이돌 그룹이 트렌드를 이끄는 지금 가요에서 이들은 과거 스타일을 지양하고, 인기 작곡가들과 손잡아 음악이 늙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음반제작자는 "가수의 평균 수명이 3년도 채 안되는 음악 시장에서 이들의 복귀는 의미있는 시도이자 좋은 선례"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전성기 때의 반응을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다.

1990년대 음반 시장에서 2000년대 디지털 음악 시장으로 변화된 환경과 예전 같지 않은 인지도 탓이다.

그 결과 이들의 음악은 요즘 인기의 척도인 온라인 인기차트 상위권에 진입하지 못한다.

28일 멜론 일간차트에서 쿨의 '보고보고'가 24위, 룰라의 '고잉 고잉'이 28위이며 노이즈의 '사랑만사'는 50위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또 이날 도시락 '오늘의 인기차트'에서도 쿨만이 25위에 들었을뿐, 룰라와 노이즈는 50위권에 들지 못했다.

온라인 시장의 약세는 음반 판매 현황에서도 나타난다.

음반판매 사이트인 한터의 27일자 일일차트에서도 20위권에 이들의 음반은 찾아볼 수 없다.

인기그룹 음반기획사의 한 이사는 "젊은 세대가 이끄는 온라인 시장에서 룰라, 노이즈 등은 생소한 그룹"이라며 "소녀시대, 투애니원(2NE1) 등의 세련된 음악에 익숙해진 팬들에게 이들의 음악이 신선하게 다가오지 못한 결과다.

가요 프로그램 제작진 중에는 이들의 방송 출연 때 분당 시청률이 좋지 않다는 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음반기획사 대표는 1990년대 스타들도 음원과 음반을 많이 판매하겠다는 기대보다 공연과 행사 등 다른 부분에서 수익을 거둘 계산을 할 것이라고도 했다.

공연계에서도 이들이 찾아야 할 돌파구로 '무대'를 꼽았다.

한 공연 관계자는 "룰라, 노이즈의 음악에 추억을 갖는 세대는 30~40대"라며 "이 세대는 공연 문화에 갈증이 있고, 경제적으로도 티켓 구매가 가능한 실질적인 유효 티켓 층이다.

이들과 함께 할 무대에 많이 오르는 것이 성공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 = 룰라, 쿨>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