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28일 2154개 업체를 대상으로 기업경기를 조사한 결과 7월 제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81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6월에 비해 4포인트 상승한 것이며 지난 3월부터 5개월 연속 오른 것이다. BSI가 100을 웃돌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나쁘게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이며 100을 밑돌면 그 반대를 뜻한다.

한은은 제조업 BSI가 호전되고는 있지만 낙관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우선 5개월 연속 상승했다고 하더라도 제조업 업황 BSI가 여전히 기준선인 100을 크게 밑돌고 있다. 또 최근 들어 개선폭도 크게 줄고 있다. BSI 상승폭을 보면 지난 3월 14포인트,4월 12포인트였으나 이후에는 5월 5포인트,6월 3포인트,7월 4포인트 등으로 축소됐다.

부문별 내용을 뜯어보면 제품가격 상승에 따른 채산성 호전이 기대되지만 매출이나 생산 관련 지표는 좋아지지 않았다. 이달 제품가격 BSI는 92에서 98,채산성 BSI는 83에서 87로 높아졌다. 하지만 매출 BSI는 85로 전달과 같았으며 8월 전망치는 89에서 88로 1포인트 낮아졌다. 생산과 신규 수주 BSI는 각각 85와 83으로 전달과 같은 수준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매출이나 생산 BSI가 늘지 않아 업황 BSI가 기조적인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업종별 매출액 상위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대기업 BSI에도 향후 불확실성이 담겨 있다. 8월 대기업 BSI는 99.8로 7월 98.7보다 소폭 높아졌다. 하지만 5월 103.8이나 6월 100.2에는 여전히 못 미치고 있다.

전경련은 주요 기업들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내고 있지만 BSI가 100을 넘지 못한 것은 여전히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미국의 실업률이 6월 말 기준으로 9.5%에 달하고 상업용 부동산의 부실이 표면화하고 있는 등 세계 경제 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변수들이 사방에 널려 있다"며 "한국도 해외발 악재에 발목을 잡혀 경기 회복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특히 경기가 본격 회복 국면에 진입할 때까지 금리 인상 등의 출구 전략이나 감세 유보,비과세 감면 축소 등을 추진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3분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박준동/송형석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