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시대에 우리나라가 살아남는 길은 전통문화와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우는 데 있습니다. "

의친왕의 아들 이석씨(68)는 아버지의 삶을 소재로 한 역사소설 《의친왕 이강》(하이비전)을 쓴 소설가 박종윤씨와 함께 23일 서울 운현궁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들에게 아버지가 나라를 위하는 정신을 지닌 분이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버지 의친왕에 대해 "왕실의 법도가 엄한 데다 아버지의 연세가 많아 대화는 많이 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해방되기 전 아버지가 술병을 들고 '일본인들을 어떻게 내보내나'하며 땅바닥을 치시고,어머니는 그런 아버지에게 '전하,땅바닥 무너지겠습니다'라고 걱정하셨던 기억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최근 조선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조선의 궁궐도 남아있지만 사람들은 벌써 조선의 역사를 잊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종 황제를 무능한 임금으로 낙인찍는 등 일제가 저지른 역사왜곡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비둘기집'이라는 노래를 부른 가수로도 잘 알려진 이씨는 지난해 불탄 숭례문을 다룬 노래 '아!숭례문'이 담긴 음반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는 전주에 거주하면서 역사바로세우기와 전통문화찾기 운동을 벌이며 황실문화재단 총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상징적인 황실을 재건해 조선왕조의 전통문화를 찾고 싶다"고 강조했다.

《의친왕 이강》은 순종의 아우 의친왕 이강의 삶에 바탕을 둔 소설이다. 모친을 일찍 여읜 의친왕의 유년기부터 독립운동에 관심을 갖고 여러 활동을 하던 끝에 중국 망명을 기도하다 실패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뤘다.

8년에 걸쳐 소설을 썼다는 박씨는 "의친왕의 인간적인 모습과 독립운동정신을 조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