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노동-비정규직 실직자 간담회서 하소연

22일 서울 동부고용지원센터에서 열린 이영희 노동부 장관과 비정규직 실업자들의 간담회에서 정규직의 길을 터달라는 요구가 쏟아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비정규직 근로자 10명은 비정규직 고용기간 연장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 장관의 모두발언에 그다지 동조하지 않은 채 근원적 처방을 갈망했다.

이 장관은 기간제한 적용을 앞둔 사업장, 대기업 인사노무관리자들, 중소기업 사업주들을 차례로 방문한 데 이은 이날 간담회로 비정규직 현장 답사를 마무리했다.

◇ 실직 후에도 차별 = 간담회에 참석한 실직자들은 같은 일을 더 열심히 하지만 임금 등 근로조건에서 차별을 받는 게 서럽다는 불만을 주로 토로했다.

산후관리원으로 일하다가 지난달 말에 실직한 박모(여.48)씨는 "일하는 것은 정규직과 똑같지만, 임금에 차이가 있고 언제 해고될지 몰라 항상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주방보조원으로 일하다가 지난 8월 계약 해지된 용모(47.여)씨도 "정규직보다 오히려 더 열심히 일하지만, 임금과 휴가에 차이가 있고 항상 눈치만 보게 된다"라고 회고했다.

사무직으로 일하다 지난 11일 실직한 한모(31)씨는 "비정규직 경력은 경력이 아니다"며 "기업이 정규직 경력은 `정규직 경력'으로 인정하지만, 비정규직 경력은 비정규직으로 써도 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라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 정규직 길 터달라 = 한씨는 현행 비정규직법으로는 기업이 정규직 전환과 계약해지를 선택하게 돼 있어 비정규직 남용이 계속 이뤄질 소지가 있다며 조속한 규제 마련을 주장했다.

그는 "내가 일하던 회사는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고 사실상 비정규직들이 회사를 이끌어가는데 정규직 전환율은 10명 중 1명이다.

이런 기업에 법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금융업체에서 운전 일을 하다가 지난달 말 계약이 해지된 홍모(38)씨는 "법 개정을 기다려보자고 했는데 불발해서 잘렸다"며 "국회를 원망했지만, 차분히 생각해보니 법안 자체도 악순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직이 필요에 따라 비정규직이 되는 게 정상인데 우리 같은 생산직이 비정규직이 되는 것은 사회안전망이 뚫리는 것이다.

정규직 전환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추진해달라"라고 말했다.

◇ 공공부문 모범 보이라 = 공기업에서 지난달 말에 계약 해지된 배모씨는 "예전에는 계약을 되풀이하다가 정규직이 됐고 과장 중에도 비정규직 출신이 있다"며 "정규직 시험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실업급여를 타지만 2년 뒤에 또 타게 될 것"이라며 "어느 직장이든 6개월은 적응시간으로 보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경력을 전혀 쌓을 수 없다"라고 현실을 원망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을 자르니까 민간에서도 덩달아 비정규직을 내보낸다"며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모범을 보이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정부는 경쟁이 없어 인력이 너무 많은 공기업의 세금낭비를 우려한다"며 "정규직 고용이 경직된 상황에서 인원조정 때 만만한 게 비정규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당장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하는 것은 `감언이설'밖에 될 수 없어 그런 말을 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