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본사 및 평택공장 주변은 하루종일 어수선했다. 경찰 특공대가 투입될 것이란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경찰력 34개 중대,3000여명이 정문 등을 완전 봉쇄하고 출입을 통제했으며 경찰 헬기 2대가 공장 상공을 비행하며 상황을 예의 주시했다. 사측 임직원 3000여명은 법원 집행관이 공장 안에 들어가자 본관과 연구소 건물 등에 진입,업무 재개에 대비했다.

◆임직원 3000여명 건물 청소 · 정리


평택공장에 들어간 쌍용차 임직원 3000여명 중 1000명가량은 건물 내에서 청소와 정리 등을 했고 나머지는 결의대회를 가진 뒤 안성시 공도읍 인재개발원으로 이동했다. 노조 지도부의 불법 공장 점거로 지난 5월22일 출근이 중단된 이후 처음으로 평택공장이 일부나마 정상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생산 중단 상태가 여전해 본격적인 업무를 보지는 못 했다.

구매본부 소속 김모씨는 "직원들이 할 수 있는 게 제한돼 있기 때문에 답답한 심정뿐"이라며 "가끔 자포자기 심정도 든다"고 하소연했다. 한 연구소 직원은 "이대로 가다간 정말 파산뿐이란 점을 노조도 모르지 않을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직원들은 왼팔에 '정상 조업'이라고 쓰인 노란색 띠를 두른 채 노조의 민중가요에 맞서 '오 필승 코리아'를 부르며 약식 집회를 가졌다. 이 과정에서 한 직원이 노조가 새총을 이용해 날린 볼트에 이마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한 직원은 "4개월간 제대로 월급을 받지 못 했다"며 "이제부터 무슨 일이 있어도 사무실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물 · 가스도 끊어…공권력 투입 '초읽기'

박건 수원지법 평택지원 집행관은 이날 노조와 해고자들에게 '최후 통첩' 경고를 보낸 뒤 물러갔다. 퇴거명령 최고장은 전달하지 못 했다. 집행관실 관계자는 "다음 번에 강제 집행하려면 공권력이 지원돼야 한다"며 "경찰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제 집행을 실행하려면 공권력 투입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집행관은 당초 이날 노조원 강제 퇴거가 이뤄지면 노조 및 제3자의 출입 및 업무방해를 금지하는 경고문을 공장 내에 공시할 계획이었다.

경찰은 이에 맞춰 노조원들을 강제 해산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노조가 점거 농성 중인 도장공장 수십m 앞까지 접근,그물망과 구조물 등을 이용해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농성을 풀지 않으면 강제 해산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경고 방송을 지속적으로 내보내며 자발적인 해산을 유도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노사 간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기다렸지만 노조의 투쟁 방식이 갈수록 폭력적으로 변질되고 있어 강제 해산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굴절사다리 차량과 화학차량,소방차 등 소방장비 25대를 정문 옆 주차장에 대기시키는 한편 구급차량 6대도 준비했다. 소방헬기 1대도 동원하고 대형 매트리스도 상당량 준비해 공권력 투입과 보조를 맞추고 있음을 보여줬다.

사측은 지난 17일 공장 내 음식물 반입 금지에 이어 도장공장에 대한 물과 가스 공급을 추가로 중단했다. 회사 관계자는 "오전 11시20분께 공장 전체에 대해 단수 조치를 취하고 가스 공급도 끊었다"며 "농성자들이 자신 해산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도장공장 점거한 해고자들 격렬 저항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는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노조원들은 모자와 복면을 쓴 채 도장공장 옥상 등에 모여 고정식 새총 수십개로 경찰 등을 향해 볼트와 너트를 날렸다. 고정식 새총은 용접기를 이용해 옥상 난간에 붙인 대형 '무기'로,100m 밖 차량 유리창을 쉽게 깰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다.

노조는 또 타이어 수십 개에 불을 붙여 경찰에게 굴리는 한편 카이런 등 재고 차량과 LPG통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이들은 평택공장 건물 가운데 가장 크고 위험한 도장2공장에 집결,'최후의 항전'을 준비하고 있다. 도장2공장에는 1~3차 페인트 작업을 위한 시너 3만3000ℓ 등 총 20여만ℓ의 인화성 물질이 있는 것으로 경찰과 회사 측은 파악하고 있다.

이날 오전 이모 노조 정책위원장의 아내 박모씨(28)가 안성 자택에서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노조는 홈페이지에 띄운 글에서 "정부와 회사 측에 책임이 있으며 끝까지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이날 쌍용차에 대한 공권력 투입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산하 기업지부에 긴급 소집 지침을 하달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쌍용차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만큼 우선 수도권과 충청권 지부 확대 간부들에게 평택공장 정문 앞으로 모이도록 지침을 내렸다"며 "산하 지부가 총파업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평택=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