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연극' 전문 극단이요? 그저 잘 통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한 것 뿐인걸요. "

지난해 유방암 판정을 받고 잠시 활동을 접어야 했던 배우 우현주씨가 연극 '울다가 웃으면'으로 웃으면서 돌아왔다. 여자 나이 서른아홉,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극을 쓰고,연출하고,배우로도 나섰다. 저녁 공연이 끝나고 무대에서 내려온 그를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우씨에겐 배우 외에 직함이 하나 더 있다. 극단 '맨씨어터'의 대표.이번 작품에 출연하는 15년지기 또래 여배우 정수영,정재영이 이 극단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사람의 소중함에 초점을 맞춘 '맨'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여성들이 주축이라 음기가 강한 것 같아 반대로 남자를 뜻하는 영어 단어 '맨(man)'을 가져왔다. (웃음) 사실 맨땅에서,맨손으로,맨정신 차리고 한번 잘 해보겠다는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국내 연극 무대에서 30대 후반 내지 40대 여배우는 드물다. 출연 제의도 줄고,결혼 · 육아 문제로 스스로 무대를 떠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것도 '맨씨어터'의 몫.그는 "여배우로서 한창 젊고 예쁜 20대에는 '누가 누가 무슨 영화 여주인공 됐다더라'그런 말에 시기 질투도 많이 했던 게 사실이지만 지금은 그저 다같이 잘 되기만을 바라는 나이가 됐다"고 전했다. 2007년 첫선을 보인 라이선스 연극 '썸걸즈'가 흥행하면서 '맨씨어터'의 밑거름이 됐다.

이 작품은 옴니버스 형식이다. 서른아홉 동창 셋이 일탈 여행을 떠나면서 만들어 내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취한 김에 털어놓는 서른아홉 여자들의 수다가 주를 이룬다. 두 번째 이야기는 병실로 옮겨간다. 말기 암 환자 세 명이 임신중독증 환자와 입원실을 함께 쓰며 '탄생'과 '죽음'에 대한 이미지를 그려 나간다. 투병 생활 중 그의 경험과 고뇌가 그대로 묻어난다.

우씨는 "연출과 연기를 동시에 맡은 첫 작품이기도 하고 경험담에서 우러나온 소재라서 그런지 객관화하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인지 죽음을 코앞에 둔 사람들의 담담한 이야기와 배우들의 감정선이 관객의 피부 속까지 뚫기 힘든 부분도 더러 있다. 서른아홉의 의미를 물었다.

"생각해보면 좋은 나이에요. 빨리 마흔이 됐으면 차라리 속이 다 시원하겠다고 생각되는 거죠.미혼이라면 결혼을 하느냐 마느냐의 마지막 경계,일과 가정일의 경계,결혼생활도 권태기는 아니지만 뜨겁지도 않은 그런 어정쩡한 경계지요. 빨리 지나가버리길 바라면서 동시에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나이인 거죠."

작품의 제목도 지난해 투병 시기에서 따왔다. "다행히 초기라서 위험이 크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 나이에 죽을 수 있겠구나'하고 생각하니 무섭더라고요. 신기하게도 그 상황에서 웃음이 나와요. 매일 웃으며 살 수 없듯 또 매일 울면서 살 일도 없다는 걸 알았죠."

학교 때 연극반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무대에 서 온 그다. 연극 '썸걸즈''강 건너 저 편에''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등에 출연했고,'박정자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바람의 키스' 등에 연출로 참여했다. 그는 평생 '잘 아는 이야기'만 들려줄 거란다.

"다음 작품은 부부들의 이야기를 다룬 라이선스 작품이 될 거예요. 흐르는 세월 속에서 변해가는 커플의 이야기랄까요. "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