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의 승부사 '원형지정' 황호철씨가 지난 16일 열린 2009 한경 슈퍼개미 초청 릴레이 강연회에서 언급한 '렌코(Renko) 차트'가 증권가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렌코차트는 가격의 움직임을 단순화시킨 추세선이다. 작은 추세는 무시하고 중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는데 특히 유용하게 쓰인다.
'렌코'는 일본말로 벽돌을 뜻한다. 벽돌이 한 장 쌓일 때마다 추세가 형성된다. 빨간 벽돌은 상승을, 파란 벽돌은 하락을 의미한다. 단순히 시간의 흐름대로 벽돌이 쌓이는 게 아니라, 일정 구간 이상으로 가격(주가)이 변해야 한다.
예컨대 60만원짜리 삼성전자의 렌코 차트에서 변수를 2만원으로 정할 경우 62만원이 되거나(빨간 벽돌) 58만원을 찍었을 때(파란 벽돌) 벽돌 한 장이 쌓인다. 따라서 벽돌과 벽돌 사이의 시간은 며칠이 될 수도 있고, 몇 주가 될 수도 있다.
빨간 벽돌이 우상향하며 쌓여 있으면 가격이 강력한 상승 구간에 있다는 얘기다. 매수 후 보유 전략이 요구된다. 반대로 파란 벽돌이 우하향하며 쌓인 것은 봉차트에서 장대 음봉이 수차례 나타난 것과 다름 없다. 매도 구간이며 신규 매수는 자제해야 한다.
매수ㆍ매도 시점은 추세 전환 시기가 꼽힌다. 빨간색 벽돌이 이어지다가 파란 벽돌이 나오면 매도 시점이다. 반대로 파란 벽돌이 이어지다가 빨간 벽돌이 나오면 매수 시점이다. 따라서 이 차트를 보고 매매하는 투자자는 빨간색 벽돌만 이어지거나 파란색 벽돌만 이어질 때 매매를 자제한다.
황호철씨가 이 차트를 주목한 것은 바로 '큰손' 들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그는 "큰손이 움직이면 렌코차트가 반응한다"고 말한다. 해당 종목에서 지분을 많이 보유한 큰손이 매각하기 시작하면 파란색 벽돌이 쌓이기 시작하고, 반대로 큰손이 사고 있다면 빨간색 벽돌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렌코 차트는 가격의 일정 추이를 보는 데 유용하나, 가격 이외의 거래량이나 이동평균선 등 주요 변수들이 무시되는 것은 한계이다.
김영일 삼성증권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사용자가 지정한 일정한 수치 이상의 변화가 나타날 때만 움직이기 때문에 가격의 흐름, 즉 수급의 흐름을 보는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