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해안의 링크스코스는 거센 바람과 깊은 러프,항아리 벙커가 특징이다. 15년 만에 브리티시오픈을 개최하는 턴베리의 에일사코스(파70 · 길이6556m)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는 그 가운데서도 벙커가 승부를 가를 듯하다. 에일사코스의 총 벙커는 65개로 브리티시오픈 개최 코스 가운데 가장 적다. 그렇지만 요소요소에 입을 벌리고 있어서 결코 숫자만으로 그 위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항아리(pot) 벙커'는 이름 그대로 움푹 파였다. 그래서 티잉그라운드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 깊이는 1~2m이며 그린 쪽 턱은 수직에 가깝다. 따라서 볼이 그곳에 빠질 경우 그린을 향해 어프로치샷을 하는 것은 단념하고 볼을 옆으로 꺼내는 데 만족해야 한다.

지난 일요일 도착해 세 번이나 연습라운드를 한 타이거 우즈(34 · 미국)는 15일(한국시간) "볼이 벙커에 들어가면 1벌타로 생각해야 한다. 벙커에서 곧바로 그린을 노릴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즈는 티샷 낙하 지점에 3개의 항아리 벙커가 있는 10번홀(파4)에서 스푼으로 티샷을 해 벙커 5m 앞에 볼을 떨궜다. 우즈는 "270m가 넘는 장타력으로 벙커를 넘기면 버디 기회가 늘어나겠지만 나흘 내내 그렇게 된다는 보장이 있느냐?"며 보수적인 티샷을 할 것임을 시사했다.

우즈는 2000년 세인트앤드루스GC에서 첫 브리티시오픈 우승컵을 안을 때 나흘 동안 단 한번도 티샷을 벙커에 보내지 않았다. 2006년 로열리버풀GC에서 세 번째로 우승할 당시에는 72홀 동안 드라이버는 단 한차례만 잡았다. 3번우드나 롱아이언으로 티샷해 볼이 아예 벙커에 못 미치도록 하려는 의도였다. 그 전략은 이번에도 그대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대회 3연패를 노리는 파드리그 해링턴(38 · 아일랜드)은 "링크스코스의 벙커는 워터해저드와 같다. 그곳에 볼이 빠지면 옆으로 쳐내는 수밖에 없다. 어떤 일이 있어도 벙커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주장했다. 2007년 US오픈과 2009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장타자' 앙헬 카브레라(40 · 아르헨티나)도 "코스가 평이한 듯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특히 두 번째샷 클럽이 길어지더라도 티샷은 거리 욕심을 내지 말고 벙커에 못 미치게끔 떨구는 것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에일사코스는 15년 전과 달리 길이를 늘리고 벙커도 여러 개 파놓았다. 5번홀(파4)은 페어웨이 양쪽과 그린 주변에 4개씩의 벙커가 도사리고 있고,18번홀(파4)은 왼쪽으로 굽어지는 지점과 그린 주변에 벙커가 볼을 삼킬 듯이 입을 벌리고 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