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창업' 선언] (上) 현대모비스, '아시아의 보쉬' 정조준… 승부수는 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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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기술에 승부 건다
"미래 자동차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제3의 창업을 선포합니다. 제조 중심에서 탈피해 고부가가치 첨단 기술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설 것입니다. "
1일 열린 현대모비스 창립기념식에서 기념사를 읽는 김동진 부회장의 표정은 결연했다. 임직원들도 비슷했다. 이들에게 이날 행사는 단순히 32번째 창립기념식이 아니었다. 김 부회장 말대로 1977년의 '제1 창업',현대정공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사명을 바꾸고 자동차부품 전문회사로 거듭난 1999년의 '제2 창업'에 이은 '제3의 창업식'이나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25일 현대오토넷을 흡수 합병하고 처음 맞는 창립기념식이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이날 글로벌 '톱 5' 부품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중 · 장기 비전을 발표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투자 계획 등 세부 추진 전략도 내놨다.
◆오토넷 합병 완료…이젠 글로벌 '톱5'
현대모비스는 미 전문지인 오토모티브 뉴스가 최근 발표한 '자동차 부품업체 글로벌 톱 100'에서 19위를 기록했다. 1999년 자동차부품 전문회사로 탈바꿈한 지 꼭 10년 만의 성과다. "세계적으로 수천여 개에 달하는 부품업체 중 국내 업체가 20위권 안에 들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공학과 교수)이다.
현대모비스는 제3의 창업을 맞아 한 단계 더 높은 목표를 세웠다. 앞으로 20년 뒤 글로벌 5위권에 진입하겠다는 것.보쉬 덴소 마그나 등 쟁쟁한 글로벌 업체의 반열에 오르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고부가가치 핵심 부품의 매출 비중을 현재 30% 수준에서 2015년엔 50%로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쏟기로 했다. 핵심 부품과 모듈(여러 부품을 기능별로 조립한 덩어리)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매출 규모도 12조원에서 22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핵심 부품은 첨단 전자기술이 접목된 부품으로 자동 주차,충돌 방지 기능을 가진 지능형 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카 등 친환경 자동차를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부품이다.
이를 실현할 기반은 현대오토넷과의 합병이다. 전자제어 및 멀티미디어 기술에 강점을 가진 오토넷과 통합함으로써 전자기술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오디오 텔레매틱스 등 멀티미디어 장치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된 것은 물론이다. 정석수 사장은 "중복 비용 절감 등을 통해 6000억원의 합병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될 것"이라며 "현재 10% 미만인 현대 · 기아자동차 외에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대한 수출 비중도 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목표 달성을 위한 비책은 R&D
비전 달성을 위한 구체적 전략도 내놨다. 핵심은 연구개발(R&D)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는 것이다. 2015년까지 1조2000억원을 R&D에 투입하기로 했다. 현재 1000명 수준인 전문 연구인력도 2000명 이상으로 확충키로 했다.
경기 용인 기술연구소도 선행기술연구센터와 양산기술연구센터로 양분했다. 기존 연구소 내 4개팀이 수행했던 지능형 · 친환경 · 멀티미디어 관련 연구를 선행기술연구센터 산하의 8개팀이 담당토록 세분화한 것이다. 정수경 모듈사업기획팀 부장은 "5년 이후 상품화가 가능한 분야를 다루는 선행기술 연구 측면에서 보쉬 덴소 등 일류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추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회사 슬로건마저 'Inside Your Car'에서 'Driving Science'로 바꿨다. 전자 및 친환경 관련 선행기술 개발을 강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에서다.
맥킨지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 원가에서 전자장치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25%에서 2015년 40%로 높아질 전망이다. 시장도 2012년 120조원으로 팽창할 것으로 예상됐다.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 전자 및 친환경 분야에서 독자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완성차는 물론 부품사들도 수익을 내는 게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중 · 장기 비전을 내놓고 R&D 투자를 강화하기로 한 것은 이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