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는 지난 25일 크레디트스위스(CS),메릴린치,JP모간,씨티 등 4개 IB에 주간사 선정을 취소한다는 통보 메일을 보냈다고 28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유상증자의 주간사는 일단 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2개사만 남게 됐다.
문제의 발단은 증자액의 60bp(0.6%)에 불과한 주간사 수수료였다. 지난 2월 신한금융지주의 유상증자 당시에는 수수료가 250bp에 육박했었다. 이마저 사상 최저가 수준이었는데 KB지주가 수수료를 더 깎은 게 주간사들을 자극했다. 2조5000억원의 60bp는 150억원이다. 이를 6개사가 나눠가면 회사당 25억원의 수수료를 받게 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KB지주는 '어떤 시장 상황 변화에도 무조건 증자를 성사시킨다'는 취지의 각서를 IB들에 요구했다. 주간사들은 보통 인수단(underwriter)으로 참여,매각하지 못하는 주식까지 떠안는 리스크를 감수한다. 그런데도 추가적으로 각서를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게 주간사들의 지적이다. KB지주는 그러나 증자를 성공시키기 위해 필요했다고 밝혔다.
KB금융지주는 곧 다른 외국계 IB들을 새 주간사로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60bp 수준의 수수료로는 딜에 참여할 IB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UBS는 수수료 협상 과정에서 가격이 100bp 이하로 내려가자 이미 참여 포기를 선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그렇다고 KB지주가 다시 수수료를 높이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진퇴양난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